짱구는 못말려: 태풍을 부르는 영광의 불고기 로드 [14] 짧은 애니메이션

이번에 이야기할 극장판은 조금은 평이 갈리지만 저에게 있어서는 [전설의 춤을 춰라, 아미고!]이상으로,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가운데 망작이라고 할 수 있는 [태풍을 부르는 영광의 불고기 로드]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합니다. 희한하게도 전반부는 흥미진진하고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반면, 후반부에는 전반부의 장점을 안드로메다 행성으로 날려버리고 '이거 뭐 이병'스러운 결말을 맺어버려 더욱 더 아쉬움이 컸죠. 여기에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을 이야기하면 빼놓을 수 없는 두 넘사벽이 9번째 극장판과 10번째 극장판이라, 11번째로 만들어진 이 극장판에 대한 허접함이 더욱 더 드러나버렸죠.

확실히 전반부는 역대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들과 비교해도 결코 떨어지는 부분이 없을 정도로 재미있습니다. 돈을 아껴서 저녁에 거창한 불고기 파티를 기대했건만 수수께끼의 조직에 의해서 지명 수배자로 몰리고 심지어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보여주는 요소들이 상당히 볼만하더군요. 주위 사람들과 경찰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서 우스꽝스러운 변장을 비롯하여, 지명 수배자가 되 버린 짱구 가족들에게 걸린 현상금때문에 이웃들과 친구들에게 배신을 당하면서도 간만에 나온 짱구는 못말려 특유의 게이 아저씨가 떡잎마을 방범대의 도움으로 짱구 가족의 일상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린 스위트 보이즈 본사가 있는 태안반도(...)로 가는 모습들 웃기면서도 한편으로는 '저녁때 먹을 맛있는 불고기를 위해' 온 가족이 죽을 힘을 다해서 고생하는 모습이라서 한편으로는 가슴이 찡해지고 제 자신도 공감이 가더군요. 중반에 짱구 가족들이 서로 다른 길로 태안반도를 가는 도중 '불고기를 맛있게 먹는' 장면을 회상하면서, 짱구 가족들의 모습이 순간적으로 리얼 버전(?)으로 변하는 모습은 이번 극장판에서 가장 임팩트 넘치고 기억에 남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전 극장판에서 여러가지 이유로 세계를 구하는 짱구 가족이지만,이번 극장판같이 세계의 멸망과 같은 거창한것이 아닌 지극히 '가족의 평화'를 사수하기위해 거대 조직과 싸우는 전개가 이채롭기까지하더군요.

그리고 앞에서 이야기한대로 우연한 기회에 짱구 가족을 돕게 되는 게이 아저씨의 활약상은 그다지 많이 나오지 않았고 마지막에 조연다운 대우를 받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나름 한 인상을 남겼고, [어른 제국의 역습]이 연상되도 중반부의 마음을 바로잡고 짱구를 도와주는 떡잎마을 방범대 - 그중에서 훈이의 활약상 및 중반부의 대미를 장식하는 대 추격전과 역시나 짱구 아빠의 발냄새가 궁극의 무기로 사용된 짱구 가족 무쌍(...)도 상당히 볼만했으며, 이번 극장판에서 짱구 가족의 적이라고 할 수 있는 스위트 보이즈의 간부들도 세계 정복이나 자신들의 욕심을 위해서 행동하는것이 아닌, 나름 개성있고 재미난 행동으로 짱구 가족을 쫓는 모습도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문제는 그러한 간부들을 거느리는 보스가 엄청 소심하고 어이가 없어서 그렇지...(아무리 봐도 직속 부하라기보단 용병 집단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짱구 가족이 불고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태안 반도에 도착하여 드디어 스위트 보이즈의 보스와 마주치게 되며 후반부로 들어가게 되는데, 지금 생각해도 왜 후반부에는 전반부의 재미있는 요소를 다 잘라버리고 막장 전개로 가는건지 이해를 할 수 없습니다. 앞에서 이야기한대로 나름 개성만점의 간부들을 죄다 잘라버리고, 뜬금없이 로마 황제풍의 옷차림으로 마을 사랑 운운하면서 세상을 엉망으로 만들려는 보스의 쪼잔한 행동과 지금까지 짱구 가족을 궁지로 몰아넣게 된 이유를 들어보면 [전설의 춤을 춰라, 아미고!]이상으로 허무해지더군요. 차라리 지금까지 짱구 가족이 힘들게 태안 반도까지 달려오게 만든 원천인 '불고기'와 직접적으로 연관시키거나 좀 더 그럴듯한 이유로 짱구 가족을 압박했다면 좋았을것을, 괜히 이상한 기계를 이용하여(더구나 이 기계에 대한 언급은 전반부내내 거의 없었고 후반부에 뜬금없이 등장) 간부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싸우는 모습은 납득하기도 어려웠고 결정적으로 재미없기까지했습니다. 그나마 모든 사건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서 맛있게 불고기를 먹을 준비를 하는 훈훈한 엔딩으로 마무리했기에 기분은 좋았지만, 아무튼 보스와의 전투는 정말로 마음에 안 드네요. 차라리 보스만 잘라버리고 적당히 편집만했어도 지금보다는 훨씬 더 좋지 않을까생각합니다.

아무튼 [전설의 춤을 춰라, 아미고!]와 더불어 전반부까지는 좋았지만 후반부가 제대로 까먹은 망작이라고 보네요. [태풍을 부르는 장엄한 전설의 전투]에서 애니메이션 연출을 맡은 미조시마 츠토무님이 처음으로 감독으로 맡은 극장판인데, 결과물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고 보네요. 하지만 이후에 [폭풍을 부르는 석양의 떡잎마을 방범대]라는 후기 극장판중의 수작을 만드는 저력을 보여주기도 합니다.(아쉽게도 13번째 극장판부터 감독이 바뀌지만)

그래도 불고기가 그 어느때보다 생각나고 짱구 가족의 괴력을 보고 싶다면 이번 극장판도 결코 나쁘지만은 않다고 보네요. 정말 이거 한 편 보고나면 그 어느때보다 불고기가 먹고 싶어지는데, 그걸 생각하면 나름 이번 극장판도 성공작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덧글

  • Dack 2009/01/14 09:20 # 답글

    이번 극장판은 별로 재미없나 보군요.. 그래도 옛날 초기극장판 재밋게 본거 많았는데 말이죠..(먼산)
  • 알트아이젠 2009/01/14 09:51 #

    넘사벽 시리즈인 9기와 10기이후에는 그렇게 뛰어난 극장판이 안나왔다는게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물론 떡잎마을 방범대같은 후기 극장판중의 수작도 존재하지만요.(근대 어른제국의 역습과 장엄한 전설의 전투가 워낙 넘사벽이라서)
  • 레이트 2009/01/14 09:21 # 답글

    석양의 방범대... 아이들의 변신과 폭풍같은 연출이 대박이었죠...
  • 알트아이젠 2009/01/14 09:52 #

    극장판 분위기상 위화감도 없어서 더 좋았구요.
  • 음음군 2009/01/14 09:51 # 답글

    후반부 부분에서 유일하게 건질 수 있었던것은, 역시 성우때문에 제대로 못나오는 '부리부리 자에몽'이 '때'로 등장했다는 것이지요......;ㅅ;
  • 알트아이젠 2009/01/14 09:53 #

    확실히 이후에 나온 3분 대진격에서 부리부리몬에게는 성우가 없...ㅜ.ㅜ
  • 天照帝 2009/01/14 10:01 # 답글

    스위트 보이즈 본사로 가고 나서부터가 정말 안드로메다행 특급을 타는 바람에 영화 퀄리티를 뚝 떨어뜨리긴 했지만... 뭐 그정도 황당한 전개는 나와 줘야 또 크레용신쨩이다 싶기도 한 생각도 들죠. 그렇게까지 가지 않으면 평범한 소시민 일가(...라곤 하지만 이 가족이 일본을 위기에서 구한 게 대체 몇 번이더라;)가 조직을 상대로 싸워 이길 방법이 없을테니까 말이죠. (예스터데이 원스모어는 얘기가 좀 다르고)

    저 단점이 좀 크긴 하지만 장점도 무시할 수 없는 극장판ㅇㄴ 것도 사실인 것이, 신노스케의 '성장'에 대해서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보여준 극장판이기도 하지 않습니까. 그 '두발 자전거로 달리는 신노스케' 장면이.
  • 알트아이젠 2009/01/14 10:09 #

    후반부가 대차게 말아먹어서 그렇지, 그래도 전반부의 짱구 가족 분투기는 많은분들이 좋게 봐주더군요. 저도 그 부분은 참 재미있게 봤습니다.

    하지만 짱구의 '성장'도 이미 어른제국의 역습에서 나온거라서...(그러더보니까 이번 극장판 이야기 흐름이 어째 어른제국의 역습과 비슷하긴하네요)
  • kykisk 2009/01/14 10:25 # 답글

    갑자기 불고기가 먹고싶어졌...(응?)
    그나저나 이건 망작인가요..;;
  • 알트아이젠 2009/01/14 10:28 #

    네이버 평점과는 무관하게(...) 좀 평이 안 좋지만, 리얼버전 짱구 가족 얼굴이나 황당한 분장등 의외로 임팩트 넘치는 장면도 많아서 어느정도 평도 갈리는 편입니다. 근데 확실히 전반부와 후반부의 갭이 굉장히 커요.
  • 찌루박 2009/01/14 17:11 # 답글

    이건......개인적으로 망작..
  • 알트아이젠 2009/01/14 22:56 #

    저 역시 [전설의 춤을 춰라, 아미고!]와 같이 망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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