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구는 못말려: 석양의 떡잎마을 방범대 [14] 짧은 애니메이션

3번째 극장판인 [흑부리 마왕의 야망]부터 시작해서 한동안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은 작품성과 상업성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8번째 극장판인 [폭풍을 부르는 정글]을 기점으로 부활의 조짐을 보였고, 9번째 극장판인 [어른 제국의 역습]과 10번째 극장판인 [태풍을 부르는 장엄한 전설의 전투]를 통해서 '넘사벽' 시리즈의 형성과 더불어 작품성과 상업성이라는 두마리의 토끼를 전부 거머쥐어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후에 상영했던 녀석들은 일정이상의 흥행성적을 유지했지만 상대적으로 작품성만은 딱히 뛰어난 평가를 얻지 못하는 매너리즘을 보였는데, 물론 9번째 극장판과 10번째 극장판의 작품성이 워낙 높아서 조금은 평가절된 느낌도 없지않아있었지만 뭔가 '강렬한 한 방'이 부족했고 개중에는 [태풍을 부르는 영광의 불고기 로드]나 [전설의 춤을 춰라, 아미고!]와 같은 '망작'도 나오기도했죠.(근데 아무리 망작이라해도 흥행성적은 상당히 높더군요;;)

하지만 이번에 소개할 12번째 극장판인 [폭풍을 부르는 석양의 떡잎마을 방범대]는 소위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의 '넘사벽' 시리즈 이후에 나온 극장판중 가장 완성도가 높았고 별다른 흠집도 없었으며 흥행성적도 좋았기에, 후기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넘사벽 시리즈를 경계로)중 제일 돋보이는 수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낡아빠진 떡잎 극장에서 상영중인 서부 영화속의 세계로 빨려들어가 원래의 세계로 돌아오기위해 이래저래 고생하는 짱구와 떡잎방범대의 이야기를 그렸더군요. 이번 극장판의 주된 배경인 영화속의 서부 시대의 생활상이 펼쳐지는 전반부에는 정의라는 허울좋은 이름하에 독재를 펼치고 그속에서 신음하고 현실의 서서히 기억을 잃어가며 저스티스 시티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고, 서부극에서 곧잘 볼 수 있던 대추격적이 인상깊었던 후반부에는 짱구와 떡잎마을 방범대의 놀라운 힘으로 서부극에서 황당무계한 SF 액션물로 바꿔버리지만 이번 극장판의 설정을 생각하면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 전개였고 서부극이라는 시대적 한계를 극복하고 펼쳐지는 박력넘치고 팩터클한 대추격전은 역대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중에서도 손꼽을만큼 명장면이라고 보네요. 특히 이번 극장판의 히로인이라고 할 수 있는 선아(츠바키)의 조금은 판에 박혔지만 연약하면서도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모습과 그녀와 비교되는 악당이라고 할 수 있는 저스티스 시장의 '내가 정의고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라는 열폭정신을 기반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질기게 짱구들을 괴롭히는걸 보면, 간만에 극장판의 오리지날 캐릭터중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는데 성공했다고 보네요. 예전같으면 이런 임팩트 있는 캐릭터는 게이나 호모 캐릭터(...)들이 도맡았는걸 생각하면 나름 신선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마릴린 먼로 옷을 입고 노래를 부르는 짱구 엄마를 비롯해서 짱구 아빠를 도와 현실로 돌아가려고 노력하는 영화 덕후인 제임스와 후반부에 짱구들을 도와주는 총잡이등 조연이나 단역들도 그 어느 극장판보다 눈에 띄더군요.

하지만 이번 극장판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는 점은, 기본 배경인 '영화 속 세계'의 설정을 잘 이용한 이야기의 전개와 '기억'의 요소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캐릭터의 매력을 살리고 이야기를 더욱 더 재미있게 만들었다는 점이네요. 영화가 사람을 끌어들인 이유와 짱구들이 영화속의 '멈춰진 세계'를 다시 진행시켜 영화를 '완결'시켜 현실로 돌아가려는 전개가 참신했으며, 저스티스 시티에서 억압받고 살면서 현실의 기억을 잃어버리고 그저 눈앞에 있는 '영화 속 세계'에서 무기력하게 사는 모습과 이런 어려움속에서도 현실의 기억을 잃지않기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며 그러한 기억이 저스티스 시장을 몰아내고 떡잎마을 방범대의 무한 파워를 발산하는데 큰 힘이 되는 모습도 설득력이 있었구요. 하지만 재미난점은 이러한 '기억'을 단순히 잃어버리는 모습만 보여주는것이 아니라 현실의 기억을 일부러 '봉인'하려하고 '영화 속 세계'를 진짜 세계로 받아들이며 현실과는 판이하게 다른 삶을 살아가는 철수와 영희 및 훈이의 모습도 보여주고 모든일이 끝난후 짱구가 보여주는 어리광과 눈물을 보면, 잠깐이나마 이래저래 제약이 많은 현실보다 (부족하지만)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는 가상세계사이와의 차이점을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게 만들더군요. 까칠한 보안관역의 철수와 유리에게 붙잡혀살지만 그속에서 나름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훈이의 모습도 물론 볼만했구요.

...허나 맹구는 이러한 영화 속 세계에서도 비교적 멀쩡한 모습을 보여준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맹구의 정체가 궁금해지게 만듭니다. 이전에도 이런 모습을 몇 번 본적도 있었구요.

이외에 극장판의 배경상 (후반부에 SF로 바뀐다해도)복장이나 총질등 서부극 특유의 내음이 짙게 나온다는것을 비롯하여 짱구는 못말려에서 의외로 찾아보기 힘들었던 짱구와 선아와의 로맨스와, 지금까지 극장판에서 전반부에만 잠깐 나와서 짱구를 도와주는정도에 그쳤던 떡잎마을 방범대가 제목 그대로 후반부까지 대활약을 보여주는등 '볼거리'만으로는 그 어떤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보다(심지어 넘사벽 시리즈조차 능가할만큼의) 풍부하고 그 볼거리의 퀄리티도 훌륭하다고 봅니다. 또한 이 극장판을 보신분들사이에서 지금까지도(?) 논란거리가 된 선아의 정체와 같은 떡밥도 적절하게 던져줬기에 여운까지 잘 살렸구요. 극히 사소한 단점을 꺼내보자면 '기억'을 되찾는 과정이 메인인 전반부가 살짝 지루하다는 정도?

전체적으로 이 녀석도 충분히 '넘사벽' 시리즈에 편입할정도로 잘 만들어진 수작이라고 생각합니다. 허나 이러한 완성도와는 별도로 흥행성적이 11번째 극장판인 [태풍을 부르는 영광의 불고기 로드]에 비해서 현저하게 떨어져서 그런지는 몰라도, 미조시마 츠토무님이 감독으로 맡은 마지막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이 됬다는것이 조금은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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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놓치지 마시라! 크레용 신쨩 ~폭풍을 부르는! 석양의 카스카베 보이즈~ 2009/02/21 19:15 #

    크레용 신쨩의 극장판, 그 중에서도 특히 이 작품에 대해서는 언제 한 번적어보고 싶었습니다만 역시나 시간 관계상 본격 리뷰는 미루고 또 미루고...그런데, 이번에 챔프TV에서 더빙이 되어서 국내방영이 되고 있기 때문에놓치지들 마시란 의미에서 급히 간단하게라도 소개해 둡니다.이미 방영은 되었고, 내일 4시에도 재방이 되네요.국내판 제목은 '짱구는 못말려 - 폭풍을 부르는 석양의 떡잎마을 방범대' 라고 합니다.평일은 분할 방영하는 모양인데 토요일 ...... more

덧글

  • Dack 2009/02/21 11:38 # 답글

    보고 싶게 만드는 글이군요.. 어른제국의 역습은 정말 명작이였죠. 이게 신짱인가.. 싶을 정도로..
  • 알트아이젠 2009/02/21 13:39 #

    어른 제국의 역습 - 태풍을 부르는 장엄한 전설의 전투가,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의 두 넘사벽이죠. 조만간 소개하겠습니다.
  • 天照帝 2009/02/21 12:40 # 답글

    - 저스티스 시장의 모델은 존 웨인이라죠. -ㅂ-;
    (나중에 열차 추격전 때 나타난 히어로들은 그래서 율 브린너를 비롯한 이런저런 서부극 스타들)

    - 미즈시마 감독은 야키니쿠 로드 흥행 성적 문제보다는 본인이 전국대합전을 만든 후에 '난 이것 이상가는 작품을 만들 수 없다'라고 스스로가 한계선언을.
  • 알트아이젠 2009/02/21 13:42 #

    어쩐지 후반부에 대추격전에서 짱구들을 도와주는 총잡이들의 얼굴이 엑스트라치곤 뭔가 있었다 싶습니다. 전국대합전의 경우에는 미즈시마 츠토무님이 연출을 맡았는데(감독은 하라 케이이치님) 자신이 감독을 맡은 이번 극장판보다 연출을 맡은 전국대합전이 대단해서 한계 선언을 한거였군요. 조금 아쉽습니다.
  • 天照帝 2009/02/21 13:50 #

    ...아; 하라 감독과 혼동했습니다.
    한계선언하고 물러난 쪽은 하라 감독이었죠.
    (어쩐지 '엥? 이거까지 했었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니;)
  • 알트아이젠 2009/02/21 13:53 #

    그래도 애니메이션 연출도 상당히 중요한데, 직접 감독을 맡았음에도 연출작보다 '못하다'고 느끼고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에서 손뗐을 가능성도 없지않죠. ^^;;
  • 파게티짜 2009/02/21 13:23 # 답글

    이 작품 히로인은 짱구 캐릭터 아닌 줄 알았습니다.
    TV에서 해줘서 재밌게 보긴 했는데 개인적으로 마지막 연출은 아쉬움이 남더군요.(뭔가 들 끝낸 기분이랄까. ^^;)
  • 파게티짜 2009/02/21 13:30 #

    그리고 후반 액션신은 매우 유쾌하게 봤네요.
    꼭 소닉(파란 고슴도치)보는 듯한 속도감과 나름의 박력, 개그가 잘 조합된 듯 합니다.
  • 알트아이젠 2009/02/21 13:42 #

    재미난 본편과 여운이 남는 결말등, 전체적으로 재미있었습니다.
  • 탁상 2009/02/21 16:30 # 답글

    음 개인적으론 역시 막장을 달린다고 보는 시리즈 -.-
    짱구 극장판은 어른제국하고 전국대합전이 끝인듯.
  • 알트아이젠 2009/02/22 08:30 #

    솔직히 어른제국과 전국대합전은 너무 넘사벽이라서...그걸 제외하면 그래도 가장 재미난 극장판이 아니었나 생각해.
  • 충격 2009/02/21 19:13 # 답글

    츠바키모에~

    근데 영화 결말 관련은 스포일러 표시하는 게 좋을 듯...;
  • 알트아이젠 2009/02/22 08:38 #

    선아(츠바키)는 xx다! 라고 말하지는 않았으니 이 정도는 무방하다고 봅니다. ^^;;
  • 알트아이젠 2009/02/22 18:34 #

    아, 이제야 납득했습니다. 제가 괜히 엉뚱한것을 찍었군요. -_-;;
    확실히 시x의 전개는 스포일러로 가려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충격 2009/02/22 19:59 #

    덧플은 덧글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지웠습니다. :)

    그, 그런데 이글루 새글쓰기에서 지원하는 긴글로 나누는 방식일 경우...
    블로그메인으로 들어오지 않고 마이밸리나 분야별 밸리에서 들어올 경우
    처음부터 접히지 않은 상태의 전문으로 나타나고,
    중간의 접기 부분의 문구도 보이지 않아서 별로 효과가 없습니다^^;

    그냥 본문에 경고문 한 줄 끼우고 몇 줄 띄우거나
    문자 흰색처리 같은 게 좋을 것 같아요~
  • 알트아이젠 2009/02/22 20:02 #

    으음...생각해보니까 이글루스의 시스템상 문제점때문에 나름 처리(?)한것도 별 의미가 없군요. 이거 생각 좀 해봐야겠습니다.;;
  • 시북군 2009/02/21 21:25 # 답글

    카스카베 마을이 국내판에서는 저렇게 표현됐었군요. 확실히 신짱 극장판중에서는 참 발군인 작품중 하나가 아닐 수 없습니다.
  • 알트아이젠 2009/02/22 08:35 #

    카스카베 마을 = 떡잎마을
    카스카베 보이즈 = 떡잎마을 방범대

    이렇게 바뀌었죠. 정말 넘사벽 시리즈를 제외하면 가장 잘 된 극장판이라고 봅니다. 어떤 의미로 그런 넘사벽 시리즈에 편입할만한 퀄리티라고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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