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도쿄 [04] 읽은 책

요즘 책을 너무 안 읽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예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녀석중 하나를 다시 잡았습니다.
오쿠다 히데오님의 소설은 군대에 있었을때 [인 더 풀]을 통해서 처음으로 접했습니다. 만화에서나 튀어나올법한 괴짜 정신과 의사 '이라부'와 그 못지않은 간호사 '마유미'의 웃기면서도 한편으로는 보는이의 속을 시원하게 만다는 치료과정이 인상깊었는데, 지금 소개할 [스무살, 도쿄]의 경우에는 이라부나 마유미같은 엽기적인 녀석은 등장하지않고 황당무계한 치료법은 나오지 않아도 보는내내 깔깔거리면서도 한편으로 20대의 절반을 막 지나쳐가는 제 자신을 되돌아보게하는 평범하지만 독특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나고야에서 태어났고 줄곧 그곳에서 자랐지만 자신이 살던곳에 싫증이 난것과 동시에 나고야를 벗어나 도쿄라는 좀 더 큰 도시로 나가 독립하게 된 다무라 히사오의 이야기를 다루었는데, 히사오가 18살때 재수학원에 다니기위해 처음으로 도쿄로 오게 된 1978년 4월 4일부터 성공한 프리랜서이자 30대를 목전으로 바라보게되는 1989년 11월 10일중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날을 선정(?)해서 6개의 에피소드가 이 책의 주요 내용입니다.

그저 '시골에서 썩기 싫다' , '독립하고 싶다'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구체적인 목표없이 무작정 상경했을때 느꼈던 기대감을 시작으로 20대동안 정신없이 살면서 느꼈던 여러가지 감정들이 각 에피소드마다 지루하지않게 나열되어 있더군요. 예기치못하게 다가온 첫사랑에 대한 당혹스러움과 업무에 이리저리 치일때마다 느껴지는 무게감과 그러한 무게감조차 '젊음'이라는 이름으로 당당하고 자부심으로 생각하는 히사오의 모습을 보자니, 웃기기도하면서도 마치 내 이야기인것 같기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 자신이 스무살이 됬을때 무엇을했고 그리고 20대의 절반이상을 소비한 현재의 내 자신이 이룬게 많지 않다는것을 생각하니 조금은 부끄럽기까지했습니다. 하시오만큼 유쾌한 젊은 날의 실패(책을 읽어보면 결코 실패라고 느껴지지 않지만)같은건 생각하지도않고, 그저 눈앞의 일만 해결하기에 바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작가 오쿠다 히데오님의 프로필과 하시오의 삶을 비교해보니 어쩌면 이 소설은 자전적인 성격이 강한데, 각각의 에피소드마다 이 시기의 주요한 역사적 사건 - [비틀즈]의 존 레논님의 암살과 1988년 올림픽 개최지로 서울 결정(참고로 경쟁지는 하시오의 고향인 나고야)에 베를린 장벽의 붕괴 및 마츠다 유사쿠님의 사망들도 끼워넣어서 하시오의 20대에 리얼리티를 집어넣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때문에 때로는 나의 20대와 하시오의 20대를 100% 대치하는데는 다소 무리가 있는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지만 - 이쪽은 경제가 가장 어려운 88만원 세대고 하시오쪽은 버블 경제의 호황기를 누리는 세대니까, 그래도 오쿠다 히데오님 특유의 유쾌한 필력때문에 그러한 생각은 다시 집어치우고 책을 집중하게 만들더군요.

아무튼 하시오의 도쿄에서 보여주는 20대의 모습은 보는내내 즐거웠고, 아직 20대의 절반이 남은 제 자신도 하시오를 보면서 더욱 더 열심히 - 유쾌하게 살아야겠다고 느꼈습니다.

덧글

  • 리볼빙 2009/08/20 14:09 #

    이라부면.. 아마 공중그네 속1편일겝니다. 군(...)에서 진중문고로 나왔는데 재밌더군요.
  • 알트아이젠 2009/08/20 14:12 #

    그러더보니 전 아직도 [공중그네]를 안봤군요.
  • 스키아。 2009/08/21 17:05 #

    공중그네 드라마도 있는데,
    얼른 봐야되는데..
    원작을 안읽어봐서 아직도 못보고 있을뿐...ㅜ.ㅜ
  • 알트아이젠 2009/08/21 19:04 #

    참고로 일본에서는 애니화도한대. 내심 기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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