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처럼 [04] 읽은 책

8월 31일이 가기전에 소개하고 싶은 책이 하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작가인 가네시로 가즈키님의 최신작인 [영화처럼]입니다. 서로 다른 5개의 이야기가 담겨진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영화처럼' 사는 사람들의 영화같은 이야기를 그리고 있더군요.

각각의 이야기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된 두 친구의 이야기를 그린 [태양은 가득히]를 시작으로, 자살한 남편때문에 한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렸지만 영화의 힘으로 현실과 맞서기로 한 주부의 이야기가 인상깊은 [정무문]과 어떤 의미로 약간은 백합(?) 냄새가 나기는 하지만 거액의 검은 돈을 훔치려는 두 여고생의 황당한 모험단을 그린 [프랭키와 쟈니] 및 복수를 꿈꾸는 아줌마의 통쾌한 복수와 꿈 많은 초딩과의 만남이 눈에 띄었던[페일 라이더]에 마지막으로 집안의 기둥인 할머니를 위해서 손자손녀의 눈물겨운 영화 상영회를 만드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가 [사랑의 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네시로 가즈키님의 대표작인 더 좀비스 시리즈(가칭) - 레볼루션 No3, 플라이 대디 플라이, 스피드를 즐겨 읽으신분이라면 아무래도 마지막 에피소드인 [사랑의 샘]을 제외하면 별다른 이질감없이 쉽게 읽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이야기가에 진득한 남자의 우정이 스며들어있고 무엇보다도 재일동포가 등장하여 그들만의 가지고 있는 삶의 무게감을 느낄 수 있는 첫번째 에피소드인 [태양은 가득히]를 추천하고 싶네요. 이야기가 조금은 무거운감이 있기는해도 제가 남자라서 그런지(웃음) 두 남자의 영화를 통한 교감은 결코 닭살돋지않고 시종일관 진지하게 읽혀지더군요. 두번째 에피소드의 경우에는 제약 회사의 음모와 거기에 연류되어 자살한 남편사이에서 방황하다가, 우연히 - 아니면 우연으로 가장한 필연으로 만나게 된 비디오 가게의 점원 나루미와의 만남과 그를 통하여 접하게 된 수많은 영화 - 그리고 나루미가 직접 만든 영화를 접하게되면서 점점 현실과 맞서싸워야한다는 마음을 가진 주부의 모습은 어떤 의미로 가네시로 가즈키님 특유의 만화적인 전개가 떠오르지만, 나름 그 과정이 리얼하게 그려졌기에 큰 불만은 없더군요.

세번째 에피소드인 [프랭키와 쟈니]는 두번째 에피소드와 어느정도 얽힌 부분인데 더 이상 얘기하면 스포일러니 생략하고, 아무튼 두 여고생의 황당한 모험담속에는 답답한 현실을 일탈하려는 두 여고생이 우연히 '영화'를 통해서 구체화되고(생각해보니 이 책의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는 영화가 있죠) 결국에는 영화보다 더 영화다운 극적인 인생에 몸을 맡기게 됩니다. 어떤 의미로 가장 비현실적인 이야기이기는하지만, 그래도 일상에서 탈출하려는 모습은 나름 대리만족을 얻을 수 있다는것만으로 만족할까하네요. 네번째 에피소드인 [페일 라이더]는 부모의 이혼을 눈앞에 둔 초딩 유가 수상한 아줌마 라이더와의 만남과 그 아줌마 라이더의 복수극이라는 두개의 에피소드를 집어넣었는데, 다른 이야기보다는 영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적고 두 에피소드간의 연계성은 적다는게 아쉽긴해도 그래도 초딩의 성장과 통쾌한 복수극이라는 두 개의 이야기를 그려냈다는것을 주목할만합니다.

마지막 에피소드인 [사랑의 샘]은 지금까지의 이야기에서 느꼈던 약간의 무거움이나 황당무게한 만화적인 전개보다는 영화 상영회를 만드는 과정의 소소함이나 그 과정에서 빚어지는 유머 및 달콤한 로맨스에 더 초점을 맞췄는데, 다른 이야기보다 분량도 많아도 결코 지루함이 없고 지금까지의 여러 이야기에서 중요한 키워드로 작용한 '영화'가 가장 이야기속에 밀접하게 작용해서 기존의 가네시로 가즈키님의 소설과는 살짝 다른 느낌이지만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입니다. 할머니의 로맨스나 막판의 깜짝 반전도 돋보였구요.

이 책을 읽으면서 각각의 이야기에서 언급한 수많은 영화제목들을 알아내는 재미와 더불어 '하나의 영화가 인생을 좌우한다'라는 격언을 이 책에서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데, 한 편의 영화를 통해서 사람과 사람사이의 사랑과 우정 - 그리고 삶을 살아가는 힘을 준다는것을 절로 깨닫게해주는 멋진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이 책에서 언급한 영화들을 최대한 찾아봐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드네요.

마지막으로 이 책에 담겨진 다섯개의 이야기는 각각 독립된것 같아도 조금만 읽어보면 어느정도 연관된 부분이 있다는걸을 알 수 있는데, 그걸 찾아보는것도 이 책의 묘미 중 하나라고 생각하네요. 8월 31일도 그 중 하나구요.

덧글

  • 퉁퉁이 2009/08/31 23:29 #

    좋은 책 알아갑니다. 시간 나면 도서관에서 찾아봐야겠네요.
  • 알트아이젠 2009/09/01 08:30 #

    신작이라해도 나온지 꽤 됬으니 찾는데는 어렵지 않을겁니다.
  • 에일군 2009/09/01 01:36 #

    카즈키 횽이다! 와아....
    조만간에 서점에서 찾아 봐야 겠네요!
  • 알트아이젠 2009/09/01 08:31 #

    나온지 꽤 오래된 신작이지만 그래도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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