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벌루션 No. 0 [04] 읽은 책

제가 일본 소설가 중 가장 좋아하는 분을 세 분 뽑아보라면 가네시로 가즈키 - 오쿠다 히데오 - 모리미 토미히코를 뽑을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관심을 가지고 책이 나올때마다 도서관에서 빌려보는걸로 그치지않고 구입도하는 가네시로 가즈키님의 신작 소설인 [레벌루션 No. 0]를 구입했습니다. 아~주 예전에 소개했던 '더 좀비즈 시리즈' 3부작 - [레벌루션 No. 3], [플라이, 대디, 플라이], [SPEED]이 신작이자 더 좀비즈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를 다른 [레벌루션 No. 0]는, 특이하게도 이야기상 시간적 순서로는 가장 이전의 이야기이자 '더 좀비즈'가 생겨나기 이전의 사건를 다룬다는게 이색적이더군요.

다음부터 [레벌루션 No. 0]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 점 유의하세요.

1주일간의 정학을 마치고 고등학교로 복귀한 주인공 미나가타과 그 친구들은 눈에 띄게 빈 자리수와 이와 동시에 뜬금없이 진행되는 학교의 합숙 훈련을 가게되어, 훈련 과정에서 미나가타들의 앙숙인 사루지마 선생에게 '훈련을 빙자한' 폭력에 고통받으면서 훈련에서 감추어진 학교의 음모를 간파하고, 그런 음모에 휘둘리지않기위해 - 그리고 그러한 음모를 통해 만든 세계를 거부하기위해 유쾌한 탈주를 한다는게 이번 [레벌루션 No. 0]의 줄거리더군요. 다른 에피소드없이 이 에피소드만 있는관계로 책이 두께가 상당히 얇은편이고 가네시로 가즈키님 특유의 휙휙 읽히는 간결한 문체역시 건재해서 한시간만에 뚝딱 읽을정도였습니다.

더 좀비즈 시리즈가 늘 그랬듯이 주류 사회에서 밀려난 여러 계층의 사람들에대한 무한한 가능성과 애정이라는 제법 무게있는 주제를 만화처럼 가볍게 그리는건 이번 [레벌루션 No. 0]도 마찬가지인데, 아무래도 더 좀비즈를 결성하기이전이라서 그런지 초반부는 미나가타를 통해 더 좀비즈가 결성하기까지 느꼈던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부조리한 현실이나 그런 현실에 순응할 수 밖에 없는 모습과 이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더군요. 물론 중반부부터는 더 좀비즈 시리즈 특유의 유쾌한 전개가 살아나기 시작하면서, 암울하기 짝이없는 현실에 좌절하거나 안주하지않고 거침없이 달려나가야한다는걸 깨닫고 그걸 반정도의 우연성이 가미된 계기인 탈주를 통해 처음으로 제대로 된 '질주'를 벌이는 미나가타와 그 친구들의 뒷모습을 쫓다보면 지금까지 더 좀비즈 시리즈에 빠져든 이유를 다시 한 번 깨닫게하며, 마지막에서 더 좀비즈의 정신적인 지주인 닥터 모로 - 요네쿠라의 명대사이자 실질적인 더 좀비즈의 탄생을 알린 대사이기도 한 "너희들, 세상을 바꿔 보고 싶지 않나?"로 이어질때는 영화 [스파이더 맨]의 마지막 부분이 생각날정도로 인상깊었고 전율까지 일었습니다. 이외에 더 좀비즈가 결성되지 않았다해도 개성넘치는 더 좀비즈 맴버들의 성격도 여전히 잘 드러나서 보는내내 즐거웠고, 권말에 실려있는 가네시로 가즈키님의 특별 인터뷰도 이 시리즈의 팬이라면 놏칠 수 없다는점 또한 마음에 들더군요. 그나저나 특별 인터뷰에서 조금 무서운 점이었다면...이 책에서 나왔던 합숙 훈련을 빙자한 교사들의 폭력을 비롯해서 사루지마같은 미친개 스타일의 교사나 [레벌루션 No. 3]에서 있었던 여고 축제 잠입도 모두 실제 가네시로 가즈키님이 학창시절에 겪은 일을 바탕으로 썼다는 점입니다. 물론 소설이니까 약간의 각색은 있겠지만 되려 '사루지마가 더 낫다고 생각하는 폭력교사가 더 많았다.'라는걸 아무렇지도않게(...) 말하더군요.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더 좀비즈 시리즈 구성이 다소 만화스러운 면이 있다해도 교내 체육시설을 늘리기위해 정원보다 훨씬 더 많은 인원을 입학시키고 그런 인원들을 소지품 검사나 합숙 훈련등으로 자퇴를 유도한다는 전개는 제가 봐도 조금은 무리수가 있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저런 학교측의 음모도 3류 꼴통 학교의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패배 정서를 이용하고 이를 알게된 미나가타들의 유쾌한 반항이라는 전개도 납득이 가지만, 문제는 이 반항하는 전개역시 학교의 의도(자퇴)에 넘어가면 안되니 버티자로 가다가 갑자기 한 친구의 말못한 사정으로 탈주(= 물론 이 결과는 퇴학)를 계획하자 '우리도 간다.'식으로 같이 탈주하고, 탈주후에 '우연히' 근처에 있던 질이 나쁜 폭주족들을 혼내주고보니 생각이상으로 나쁜 놈이라서 본의 아니게 착한 짓(?)을해서 탈주로 인한 퇴학은 무효처리되어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식으로 이야기 구조 자체가 조금은 어거지성이 짙은게 다른 더 좀비즈 시리즈에 비해 크게 드러나더군요. 후반부의 긴박하게 흘러가는 탈주 묘사도 좋았지만, 중요한 순간에 지금까지 아무런 언급이 없었던 엑스트라가 갑자기 튀어나와 잠깐이나마 이야기의 진행에 힘을 불어넣는등의 뜬금없는 전개역시 마이너스였다고 생각하네요.

그래도 더 좀비즈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이자 더 좀비즈가 어떻게 태어났고 왜 지금까지 그들을 좋아했는지 알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담이지만 더 좀비즈 시리즈는 이걸로 끝이라해도 이후에 더 좀비즈의 주요 맴버이자 존재감이 조금 밀리긴해도주인공이기도한 미나가타의 대학교 생활 이야기가 그려진다고하니, 비록 박순신이나 야마시타와같은 더 좀비즈의 개성넘치는 맴버들은 만나지 못한다해도 절로 기대되더군요.


덧글

  • 7N 2011/10/08 23:38 #

    전 오오 더 좀비스 오오
    오오 미나가타 애송이 버전 오오

    ....하고 보느라 다른 건 생각도 못했슴다(....)
  • 알트아이젠 2011/10/09 08:09 #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하하.
  • 김정수 2011/10/10 08:14 #

    ㅎㅎ 역시 다시 읽어도 내용이 상상되는 활력이 넘치는 리뷰입니다. ^^
  • 알트아이젠 2011/10/10 23:14 #

    좋아하는 시리즈라서 그런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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