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1권 [15] 긴 만화

모리미 토미히코님의 소설을 이야기할때마다 항상 하는 레파토리는 '청춘 드라마와 현실과 환상과의 절묘한 조합'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중에서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는 천진난만한 '검은 머리 아가씨'와 그러한 검은 머리 아가씨에게 한 눈에 반한 선배가 교토를 배경으로 서로 엇갈리면서 겪게되는 환상적이면서도 풋풋한 청춘 이야기가 아주 인상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소설을 [시간을 달리는 소녀] 만화 Ver을 담당한 고토네 란마루님이 한권의 소설은 전 5권의 만화책으로 그렸다는 이야기를 그렸을때, 기대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소설의 분위기를 잘 재현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도 살짝 했죠.

하지만 1권을 보고 난 소감은 만화의 매체 특성상 한계는 있어도 이 정도면 충분히 원작의 맛을 잘 살린 수작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일단 그림체가 약간의 모에 속성이 담겨있고 전반적으로 캐릭터 디자인의 미화가 된 편이지만, 노골적으로 그런쪽으로 미는게 아니고 오히려 캐릭터의 성격을 잘 살려주는 한도내에서 사용했기에 큰 불만은 없더군요. 그리고 이러한 그림체말고도 소설의 환상적인 분위기를 제법 잘 살려주는 작화나 비교적 원작의 전개에 충실하고 소설에서의 명장면도 만화라는 매체 특성상 텍스트보다 눈이 확 들어올정도로 괜찮았습니다.

또한 만화 Ver에서는 원작에서는 존재하지않는 오리지날 에피소드도 다수 삽입했는데, 오리지날 에피소드의 퀄리티가 원작의 에피소드와 비교해도 나쁘지 않더군요. 1권에서는 교토의 점집으로 간 검은 머리 아가씨와 선배의 이야기와 우산을 두고 온 검은 머리 아가씨와 우산을 같이 쓰기위해 비를 부르는(...) 선배와 그러한 선배를 막으려는 히구치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는데, 이러한 오리지날 에피소드가 생기다보니 원작에서는 불과 4개의 에피소드에서 생고생을 하는 선배의 검은 머리 아가씨를 향한 여정이 더욱 더 험난해졌으며, 그에 따라 검은 머리 아가씨와 선배가 조금씩 가까워지는 과정이 보다 구체적으로 그렸다는 점이 돋보입니다.

굳이 아쉬운 점이 있다면 분명희 원작의 전개를 충실히 따라가는데도 불구하고 만화라는 매체의 한계때문인지 - 아니면 작가분의 배분 문제인지 읽으면서 전개가 다소 빠르다는 느낌이 들어서 소설을 읽을때 느꼈던 느긋한 부분이 묘하게 희석된 점을 들 수 있겠더군요. 아무래도 모리미 토미히코님 특유의 '의고체'를 만화로 살리기에는 조금은 무리가 아니었나싶고 원작 에피소드말고 오리지날 에피소드의 수를 생각하면 어느정도 납득이가도, 다음권에서는 조금 늘어져도 좋으니 호흡을 한 템포정도 늦췄으면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무튼 원작을 매우 재미있게 읽었는데 만화책도 상당히 만족스러운 퀄리티로 나왔습니다. 단행본 후기로 원작자인 모리미 토미히코님이 쓴 글도 있는데, 이중에서 '지금까지 쓴 내 소설은 남자 냄새가 그득해서 이번에는 내 안의 귀여운 것을 결집해서 만들었다.'라고쓴게 눈에 띄더군요. 그 덕분에 검은 머리 아가씨가 너무나도 귀엽고도 사랑스럽게 보이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며, 2권에서도 이러한 모습이 1권처럼 잘 살아있으면하는 바람입니다.


덧글

  • 메이 2012/02/04 23:55 #

    한 번 보고 싶은 작품이네요.
  • 알트아이젠 2012/02/05 08:29 #

    소설과 만화 모두 다 재미있습니다.
  • 노란개구리 2012/02/05 09:31 #

    읽었던 분들이 "그래도 원작이 낫네"라고 해서 만화판의 오리지널 에피소드가 마음에 들었던 사람 입장에선 많이 아쉽고 그랬는데 저랑 비슷한 감상을 가지신 분이 있다는걸 보니 기분 좋네요.
    전개가 좀 빠르다는건 저도 느끼긴 했는데 그건 내용이 부족해서라기보다 아무래도 매체의 한계때문이겠죠. 아무래도 소설보다는 만화책이 읽는 속도가 빠르니 읽는 쪽에서 신경쓰지 않으면 긴 호흡이 필요한 장면도 휙휙 넘어가버리니까요...
  • 알트아이젠 2012/02/05 11:50 #

    생각해보니 '괜찮긴해도 원작이 더 낫다.'라는 평을 많이 봐서 조금은 걱정했는데, 되려 후기처럼 원작못지않게 재미있더군요. 그나저나 말씀하신대로 매체의 한계가 있긴해도, 쪼금만 더 템포 조절이 되었으면하는 생각을 살짝 해봅니다.(솔직히 저 템포 운운하는것도 '굳이 단점을 넣을만한 부분이 없어서' 반 어거지로 넣은것도 없지않아있지만)
  • 니킬 2012/02/05 15:37 #

    지금까지 읽었던 같은 작가분의 소설들을 돌이켜보니, 작가 분의 '지금까지 쓴 내 소설은 남자 냄새가 그득해서'라는 대목이 정말 와닿는군요.;;;
  • 알트아이젠 2012/02/05 20:10 #

    정말 그 이전에 쓴 소설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와닫더군요.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2011 이글루스 TOP 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