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나더 [04] 읽은 책

최근에 일본에서 TV 애니메이션으로 방영했고 우리나라에서도 [애니플러스]를 통해서 정식으로 볼 수 있는 [어나더]의 원작 소설을, 우연히 도서관에서 예쁘면서도 묘하게 섬뜩한 여자의 모습이 박힌 표지가 눈에 띄어 빌려와서 읽게되었습니다. 아직 TV 애니메이션을 비롯해서 만화책으로 나온것도 보지 못했는데, 그래도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책을 보기전에 원작 소설을 읽는게 좋겠지.'라는 생각도 들고 이 순서가 맞는다고 생각하네요.

도쿄에서 살다가 기흉이 생겨서 오래전에 사별한 어머니의 고향으로 요양 차 오게 된 주인공 사카키바라 코이치는 신비하지만 묘하게 인간같지않은 미소녀 미사키 메이를 만나고 전학 온 '요미키타 중학교' 3학년 3반조차 뭔가 심상치않은 분위기에 흽싸였다는걸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미사키 메이에 대한 반 친구들의 이해할 수 없는 태도와 메이의 신비한 느낌에 접촉을 시도해도 시도할수록 반 분위기는 더욱 심상치않게되고 그 가운데 반장인 사쿠라기 유카리의 참혹한 죽음을 통해 반 전체를 감싸게 되는 '현상'과 그에 대한 진실에 다가가는게 이번 소설의 줄거리더군요.

600페이지가 넘을 정도로 책이 두꺼운데도 일요일 아침에 페이지를 펼쳐서 오후에 다 읽을만큼 분위기 조성이 굉장한데, 책을 펼치자마자 이번 사건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미사키 사건'을 언급하는걸로 분위기를 잡더니 주인공 코이치가 시선을 통해 메이의 주변을 비롯해서 뭔가 기묘한 분위기의 3학년 3반의 모습을 세세하게 묘사하여 한 번 페이지를 넘기면 쉽게 손을 뗄 수 없게 만듭니다. 그리고 어느정도 분위기가 고조될 때 사쿠라기 유카리의 죽음을 시작으로 반 친구들과 그 주변 사람들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망하고 그에 따라 메이의 정체에 대해 차근차근 한겹씩 더 벗겨내어 한층 몰입도를 올리고, 중반부에 코이치와 메이와의 잠깐이지만 묘하면서도 알콩달콩(...)한 청춘을 보내는걸로 잠깐 숨을 고르게하더니 다시 한 번 참극이 몰아닥치고 동시에 이러한 참극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현상에 대한 실마리를 드러내고 이에 다가가게하는등의 적절한 호흡을 선보이더군요. 덕분에 앞에서도 이야기한대로 한 번 책을 잡았으면 다 읽을때까지 책을 손에 뗄 수 없는 몰입도를 보여줍니다. 여기에 메이를 둘러싼 모습을 으스스하게 묘사하여 메이가 사건의 중심에 있는것처럼 보는 이를 끌고 가더니 중반부에 전혀 다른 전개를 통해 적절하게 (좋은 의미로)뒤통수를 치고, 전반부의 메이에 대한 묘사도 단순한 훼이크가 아니라 후반부의 전개의 복선으로 적절하게 활용하며 메이뿐만 아니라 코이치 주변의 현재와 과거의 인물 모두가 이야기의 전개에 복선으로 적재적소에 깔렸고 이를 잘 수습하여 이야기를 이끌어나간것도 마음에 들더군요.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이 소설에서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는 '현상'이 사람이 도무지 어떻게 할 수 없는 전지전능한게 있다해도, 후반부에 전반부와는 비교할 수 없는 피비린내나는 전개가 다소 끼워맞추기식으로 급하게 전개된 점을 들 수 있네요. 그때문에 잘만 활용했으면 이야기의 분위기를 한층 더 섬뜩하게 만들 수 있는 3학년 3반 학생 간의 갈등도 잠깐 나오다가 그치는 수준에 끝나버리고, 초반부에 임팩트(?)있게 죽음을 맞이한 사망자에 비해 후반부에서는 마치 소드마스터 야마토처럼 우수수 쓸려나가는 모습도 조금은 김이 샜습니다. 그래도 현상의 성격을 생각하면 이러한 작위적인 전개가 어느정도 이해가 갔으며 그에 대한 설정도 납득할 수 있는 한도내에 설정되었고, 현상의 정체가 제가 그다지 좋아하지않는 '서술 트릭' 방식을 써서 드러났다해도 서술 트릭외에 위에서 이야기한대로 이에 대한 복선도 부족하지않을만큼 있었고 그에 따른 충격과 이에 대한 극적인 결말을 맺는데 효과가 있었기에 큰 불만은 없었네요.

아쉬운점이 없는건 아니었지만 전체적인 설정을 생각하면 너그럽게 넘어갈만했고, 무엇보다도 몰입도가 대단해서 간만에 쉴새없이 읽었던 소설이라고 생각하네요. TV 애니메이션도 그러한 원작 소설의 분위기를 잘 살렸고 제법 각색이 되었다는데, 애니메이션이 완결되면 날 잡아서 한 번에 몰아서 봐야겠습니다.

여담이지만 저는 이런 장르의 작품에서는 사건의 근원을 때려부수고 (다소의 희생이 있다해도)결국에는 주인공은 해피 엔딩을 맞이하는걸 선호하는데, 이 소설의 엔딩은 그런 류가 아니라서 다소 여운이 남아있다해도 왠지 모르게 찝찝한 느낌을 지울 수 없더군요. 물론 현상의 설정상 이후에 코이치와 메이의 아들딸이 나와서 다시 3학년 3반에 입학하지않는이상 다시 한 번 현상에 흽쓸릴 일은 없겠지만, 개인적으로 다른 인물이 나와서 3학년 3반에서 영원히 남게 될 현상을 타개하는 후속작이 나왔으면하는 바람입니다. 물론 코이치와 메이가 다시 얼굴을 드러낸다면 그 역시 환영하지만요.


덧글

  • 메이 2012/03/27 23:15 #

    호오, 원작이군요.

    이런 작품은 한 번에 끝까지 봐야하는 성격이라, 애니도 일단 안 보고 있었는데 잘 됐네요.
  • 알트아이젠 2012/03/27 23:17 #

    때마침 TV 애니메이션도 끝났고 좀 있으면 [애니플러스]에서 나오니, 그때 몰아서 볼 생각입니다.
  • 셸먼 2012/03/27 23:59 #

    후속작도 예정되어 있고, 아무래도 작가는 이거 시리즈로 만들 생각인 듯 한데, 어떤 이야기로 이어질지 기대중입니다.
  • 알트아이젠 2012/03/28 00:01 #

    얼핏 들었는데, 정말로 후속작이 나오나보네요. 기대가 됩니다.
  • spawn 2012/03/28 00:25 # 삭제

    오늘부로 완결된 작품의 원작이군요. 저도 마지막 몰살도 그렇고 조금 억지스러운 부분도 있었지만 몰입감있게 봤습니다. 애니 후반부는 완전 배틀로얄 + 쓰르라미 울 적에더군요. 후속작 기대합니다.
  • 알트아이젠 2012/03/28 08:03 #

    '현상'의 설정을 생각하면 납득이 가긴해도 억지스러운 전개가 없던건 아니더군요. 하지만 저 역시 책을 다 읽을때까지 손을 뗄 수 없을정도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에코노미 2012/03/28 01:32 #

    애니로 감상을 끝냈는데 확실히 막판의 쓰나미처럼 우수수 쓸려나가는 부분은 과했다는 느낌입니다-
    컨텐츠에 따라 결말이 조금씩 다르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소설은 어떤지 모르겠군요
    전 마지막 부분이 많이 우울했습니다 ㅠ.ㅜ
  • 알트아이젠 2012/03/28 08:04 #

    예, 저도 컨텐츠에 따라서 전개나 결말에서 약간씩 차이를 보인다는데 일단은 애니메이션도 다 볼 생각입니다. 만화책도 전 4권이고 2권까지 정발되었으니 여유가 있다면 구입을 해야겠죠.
  • 백화현상 2012/03/28 18:00 #

    글을 읽어보니 재미날거 같습니다.
    나중에 애니플러스에서 해주면 곡 봐야할거 같습니다.~~
  • 알트아이젠 2012/03/28 22:28 #

    예, 그리고 여력이 된다면 원작 소설과 만화책도 보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2011 이글루스 TOP 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