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궁: 제왕의 첩 [24] 본 영화

까놓고 이야기해서 [방자전]때와 같은 이유로 [후궁: 제왕의 첩]을 보러 갔습니다. 그래도 [번지 점프를 하다]나 [혈의 누]와 같이 좋은 평을 받은 영화를 만든 김대승 감독님의 신작이라서 본다고 할 수 있지만, 정작 제 자신은 두 영화를 제대로 안 봤으니 뭐라 할 말은 없겠군요. 하다못해 이 영화를 보기전에 어느정도 같은 사극 장르인 [혈의 누]정도는 미리 볼 걸 그랬나봅니다.

이런저런 사연때문에 대비의 간섭을 심하게 받게되어 자연스럽게 궁궐밖을 자주 드나들게되는 성원대군은 자주 들리는 심참판의 집에서 심참판의 딸 화원에게 한눈에 반하더군요. 그러한 성원대군의 마음과는 무관하게 화원은 오래전에 화원과 깊은 관계를 맺은 심참판의 식객인 권유와 사랑의 도피를 하게 되고, 사랑의 도피는 실패로 돌아가고 화원은 권유를 살리기위해서 스스로 왕의 후궁으로 궁궐에 들어가고 권유는 목숨을 건지지만 고자가 되고맙니다. 그로부터 몇년이 지난후에 선왕은 죽고 성원대군이 그 뒤를 이어서 왕이 되지만, 정작 성원대군은 정적을 제거하려는 대비에게 허수아비 신세가 되더군요. 더구나 대비에게 있어서 눈의 가시인 선왕의 비 - 화원과 화원의 아들을 음해하려하고, 이러한 움직임을 눈치챈 화원은 궁궐에서 살아남기위해 움직입니다. 공교롭게도 내시의 신분으로 화원과 성원대군앞에 나타난 권유로 인하여, 궁궐의 심상치않은 기운은 더욱 짙어지고 그에 따라 세사람의 서서히 파국으로 얽히는게 [후궁: 제왕의 첩]의 줄거리라고 할 수 있더군요.

일단 이 영화의 괜찮은 점이라면 주연 3인방이 제법 복잡한 면을 2시간 5분이라는 러닝타임동안 그럭저럭 잘 보여줬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과거의 연인이었던 권유에게 여전히 미련을 가지고 있지만 궁궐의 살벌한 왕권싸움에서 자신과 단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살아남기위해 독해질 수 밖에 없는 화원을 비롯해서, 자신을 고자로 만든 심참판에 대한 증오를 가지고 자신의 위치상 화원에게 적대적일 수 밖에 없지만 그래도 화원을 완전하게 잊지 못하는 권유와, 화원에 대한 애뜻한 감정을 지니고 있지만 왕권을 확고하게 다지지위해 화원과 왕자를 제거하려고하는 대비의 영향력에 휘둘려서 왕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성원대군이 이야기가 흐르면서 점점 욕정과 광기에 흽싸이는게 이 영화의 가장 볼만한 부분이더군요. 특히, 성원대군의 경우에는 화원과 권유와는 달리 그러한 과정을 세세하게 보여주고 성원대군을 맡은 김동욱님의 다채로운 연기력때문에, 화원에 대한 애정이 욕정으로 변하고 자연스럽게 대비의 수렴청정에서 벗어나서 한 나라의 임금이 되기위해 피바람도 불사하는 광기를 보여주는점을 제법 설득력있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세 인물을 중심으로 선왕의 석연치않은 죽음을 추적하는 과정이나 권력을 위해 피도 눈물도 없는 것 같지만 그래도 의붓아들인 성원대군에 대한 사랑만큼은 진심인 대비나 평소에는 화원을 충실하게 따르는 것 같지만 한 번 권력에 맛보고 급속도로 권력을 탐하게되는 금옥이등 조연들의 다채로운 모습또한 지나칠 수 없겠더군요. 비록 노출 수위은 [방자전]때보다 낮아진게 조금은 아쉽지만(?) 이야기의 전개상 적절하게 삽입했고 당위성이 있었기에 그렇게까지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그나저나 어째 [방자전]때도 그렇고 조여정님보다 금옥역의 조은지님이나 성원대군의 비역을 맡은 분의 정사신이 더 눈에 띄는건지(...) 이유를 모르겠네요.

그런데 문제는 나머지 두명 - 그중에서도 권유는 성원대군만큼 복잡한 인간상을 보여주는데 설득력을 주지 못했다는겁니다. 그야말로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인물이 변해가는게 아니라 어느 중요한 사건때마다 그 사건에 맞는 변한 모습만 보여준다는게 더 정확할 정도로, 이야기의 진행과 인물들이 변하는 모습이 따로 노는게 이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이라고 할 수 있겠더군요. 화원의 경우에는 (스포일러라서 말할 수 없지만)결말에서 한 행동은 아무리 아들을 위해고 결국에는 대비처럼 권력욕에 맛들인 인간이 되었다는걸 강조했다해도 이야기 전개상 사실상 자폭에 가까운 행동을 한 셈이라서 이해를 할 수 없었고, 권유는 중반부에 심참판에게 한 짓과 중반부까지 화원에게 대했던 태도를 생각하면 후반부에 권유가 보여준 모습역시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차라리 수위는 좀 낮아지겠지만케이블 영화 채널의 드라마로 만들었다면, 더 좋았을거라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어째 인터넷상에서는 전혀 다른 장르지만 이런저런 떡밥거리를 제공한 [프로메테우스]에게 완전히 밀린듯하고, 이전에 조여정님이 여주인공으로 나왔던 [방자전]처럼 노출 마케팅을 메인으로 내세워서 첫 인상은 그다지 좋지 못했고 영화의 완성도조차 조금 부족한 것 같아서 이래저래 아쉬웠던 [후궁: 제왕의 첩]입니다. 앞에서 언급한대로 노출 자체가 이야기의 전개상 어느정도 필요한 부분인건 맞지만, 그런 자극적인 부분보다 (어떤 의미로 이쪽이 더 자극적이지만)세 사람이 궁궐과 권력이라는 특수한 공간과 힘에 의해 얽히는 과정에 더 홍보하고 영화도 그런 과정에 더욱 설득력을 불어넣었으면, 지금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았을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여담이지만 [혈의 누]정도는 아니라해도 비위가 약한 분이라면 눈뜨고 보기 어려운 장면이 몇 개 있는데, 그중에서 고자인증하는 모습은 가히 혐짤일 정도로 적나라합니다. 생각해보니 [쌍화점]에서 조인성님이 맡았던 인물이 영화에서 고자가되어 '고자인성'이라는 별명이 꽤나 나돌았는데, 이번에는 김민준님이 '고자민준'이라는 별명이 돌지 모르겠네요.


덧글

  • 백화현상 2012/06/19 17:06 #

    비록 노출 수위는 [방자전]때보다 낮아진게 조금은 아쉽지만(?)...

    왠지, 자꾸 이말이 귀에 맴돌지요??ㅎ

    잔인한 장면은 혈의 누를 본 사람이라면 대충 짐작할만한 듯 합니다...
  • 알트아이젠 2012/06/19 21:58 #

    노출 수위가 조금 약한게 아쉬운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노출 자체가 이야기 진행과 어느정도 연관이 있는 부분이라서 그러려니했습니다. 그나저나 [혈의 누]도 조만간 봐야할텐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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