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카지노 로얄 [24] 본 영화

생각해보니까 저는 [007 시리즈]를 각잡고 본것보다, 그저 우연히 영화 채널을 끄적이다가 살짝살짝본게 전부터더군요. 그덕분에 007 = 제임스 본드를 담당한 배우분들의 이름은 알아도 제임스 본드하면 '플레이보이 첩보원'이라는 고정관념이 생겼는데, 6대 제임스 본드역의 다니엘 크레이그님이 처음으로 등장한 [007 카지노 로얄]을 보고 나서야 그런 고정관념이 깨졌습니다. 그리고 [007 퀀텀 오브 솔러스]도 극장에서 봤는데, 이번주에 [007 스카이폴]이 개봉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난 주말에 [007 카지노 로얄]과 [007 퀀턴 오브 솔러스]를 복습했죠. 참고로 이 다음부터 [007 카지노 로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제 막 007 코드네임이 붙은 제임스 본드는 임무를 수행하는 도중에 배후에 이름모를 조직 소속으로 불법적인 돈세탁을 맡는 르 쉬프의 존재를 알게 되더군요. 과격한 방법으로 르 쉬프를 궁지로 몰아넣은 제임스 본드는 르 쉬프가 자금을 확보하기위해 몬테네그로의 카지노 로얄에서 거액이 걸린 카드 게임을 한다는 사실을 포착하고, 르 쉬프에게 결정타를 날리고 윗선을 캐기위해 미모의 영국 재무부 회계사인 베스퍼 린드와 같이 몬테네그로로 향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베스퍼와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예기치못한 전개와 반전이 이어지는게, 이번 [007 카지노 로얄]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일단 앞에서 살짝 언근한대로 이번 제임스 본드는 다니엘 크레이그님 특유의 거칠면서도 묘하게 악당(...)스러운 외모에서 터져나오는 우직하면서도 남자다운 액션은, 이전까지 가지고 있던 007에 대한 고정관념을 탈피하기 충분했습니다. 비록 지금까지 제가 기억하던 007과는 다르게 뭔가 거침없이 때려부시는 것 같아도 막상 임무의 핵심을 잡지 못해서 결국에는 임무를 실패하고 괜히 엄한 사람들만 다치거나 죽어나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드 자신은 냉철하지 못하고 다소 감정적인 모습까지 보이는게, 보는 분에 따라서는 007의 제임스 본드답지 않다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이러한 인간적인 모습이 냉철한 이미지를 가진 다니엘 크레이그님의 제임스 본드와 의외로 잘 어울린다는 점에서 마음에 들더군요.

특히 본드의 첫사랑이자 마지막에 엄청난 트라우마를 안겨준 베스퍼와의 관계변화는, 처음에는 서로를 경계하고 쌀쌀맞게 대하지만 여러 사건을 거치면서 서로를 신뢰하게되는 연인 관계로 발전하고 이것이 나중에 큰 비극으로 끝맺는 모습에서 그런 부분이 잘 드러났다고 생각합니다. 뭐...초반부에 정보를 캐내기 위해서 유부녀를 유혹하면서 유부녀 취향이라고 말하는걸로 리드를 하는 모습이 보이긴해도, 어째 이전의 제임스 본드와는 다르게 오히려 유혹하는 여자에게 압도된듯한 모습을 보인게 조금은 웃기긴 했지만요. 그리고 이런 인간적인 모습과는 별개로 과격하다싶을정도로 다 때려부시는 모습을 비롯해서 르 쉬프를 낚기 위해 과감하게 패를 올인하는 모습이나, 무엇보다도 남자가 보면 소름이 돋는 무서운 고문을 당하는데도 불구하고 허세를 부리는 마초중의 마초같은 인상도 이번 다니엘 크레이그님의 007이 가진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러닝 타임 145분이라는 제법 긴 시간동안 프롤로그에서 007로 승격된 제임스 본드의 첫번째 암살을 시작으로, 전반부에 배후를 파악하고 르 쉬프에게 타격을 가하는 장면과 중반부에 베스퍼와 같이 몬테네그로에서 카드 게임을 벌이고 후반부에 임무는 실패했고 여기에 베스퍼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비극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볼거리과 로맨스가 적절하게 배치되었기에 보는내내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더군요. 이번 [007 카지노 로얄]에서 '본드걸'의 포지션을 맡은 베스퍼역의 에바 그린님의 아름다운 미모와 더불어, 본드에게 있어서 여러가지 의미로 특별한 사람이 되는 과정과 비극적인 결말또한 주목할만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대적으로 이 영화에서 메인 악역인 르 쉬프는 중반부부터 본드 이상으로 눈물에 습기가 찰 정도로 안쓰러운 상황을 연출하고 배후 조직 '퀀텀'의 주요 간부인 미스터 화이트를 부각시키는 과정에서 뭔가 좀 어정쩡해졌다는게 조금 걸렸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눈감아줄만하다고 보네요. 그밖에 007 시리즈 오프닝하면 거의 필수요소급이라고 생각했던 다소 성적인 여체 이미지를 배제하고 '카지노' 로얄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트럼프와 카지노의 이미지를 애니메이션화한 오프닝 영상또한, 파워풀한 보컬의 주제가 'YOU KNOW MY NAME'가 굉장히 잘 어울렸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영화는 베스퍼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알고 그 배후이자 퀀텀의 간부 미스터 화이트에게 총알을 먹이고 그 앞에 등장해서 "본드, 제임스 본드."라고 소개하는것으로 끝을 냈는데, 어떤 의미로 이번 영화는 다니엘 크레이그님의 [제임스 본드 비긴즈]가 아닌가하는 새악이 드네요. 아무튼 6대 제임스 본드로 좋은 인상을 남겼는데, 앞으로 이 시리즈를 어떻게 이끌어갈지 절로 기대됩니다.


덧글

  • 잠본이 2012/10/25 21:11 #

    그야말로 고독한 한마리 늑대가 된 007...
  • 알트아이젠 2012/10/30 22:45 #

    멋진 모습이더군요.
  • 나이브스 2012/10/25 21:58 #

    적을 잡기 위해 대사관도 부수는 비밀(?)첩보원...
  • 알트아이젠 2012/10/30 22:45 #

    확실히 과격한 다니엘 크레이그님의 제임스 본드더군요.
  • 지화타네조 2012/10/25 22:41 #

    배트맨 비긴즈가 마지막의 조커카드를 보여주기 위한 영화이듯 카지노 로열역시 마치막의 본드, 제임스 본드 대사 한마디를 위한 영화죠
  • 알트아이젠 2012/10/30 22:45 #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 셔먼 2012/10/25 23:28 #

    다니엘 크레이그씨의 이미지에 잘 맞는 007이라고 봅니다.
  • 알트아이젠 2012/10/30 22:44 #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 음유시인 2012/10/26 00:14 #

    원작의 제임스 본드에 제일 가까운게 다니엘씨라죠.

    먼치킨인건 이전 본드들이랑 마찬가지지만;;; 원작의 본드는 악당하나 잡는것도 벅차했다는 군요.
  • 알트아이젠 2012/10/30 22:45 #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렇더군요.
  • 오엠지 2012/10/26 09:30 #

    괜히 다니엘을 뽑은게아님 ㅋ
  • 알트아이젠 2012/10/30 22:45 #

    보면 볼수록 같은 생각을 합니다.
  • 토르테 2012/10/26 09:55 #

    이분 처음에 007 배우로 낙점받았을 때 사람들이 007이 미남이 아니라고 신기해했었지요 ㅋㅋㅋㅋ
  • 알트아이젠 2012/10/30 22:44 #

    제가 볼때는 충분히 미남인데 말이죠.
  • 토르테 2012/10/30 22:48 #

    젠틀한 신사라기보다는 고독한 신사의 느낌이 드는지라...
  • 알트아이젠 2012/10/30 23:01 #

    그래도 젠틀맨스러운 모습도 잘 어울리더군요.
  • draco21 2012/10/29 12:04 #

    남자가 보면 소름이 돋는 고문이라... 무었이 나온겁니까!!! TOT
  • 알트아이젠 2012/10/30 22:28 #

    직접 보시면 압니다. 이건 진짜 봐야지만 알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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