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의 시작은 제임스 본드가 탄 차가 일련의 무리들에게 추격을 받는걸로 시작합니다. 역시나 주인공 보정을 제대로 받아서 추격자들이 탄 차량을 여유롭게 따돌리고 비밀기지로 돌아오는데 성공하는데, 이때 트렁크에서 부상을 입은 수수께끼의 조직 '퀀텀'의 간부인 미스터 화이트를 꺼내더군요. 아무래도 [007 카지노 로얄]의 마지막 장면에서 바로 이어서 시작하는 것 같은데, 미스터 화이트를 통해서 퀀텀의 정체를 파악하려고 하려는 제임스 본드와 상관 M은 같은 'MI6' 요원이자 퀀텀의 스파이였던 크레이그 미첼의 예상치 못한 공격을 받고 미스터 화이트의 탈출을 허용하고 맙니다. 오랫동안 우수한 MI6 요원이었던 미첼의 정체에 충격을 먹은 M은 그를 사살한 제임스 본드를 못마땅하게 여기면서 미첼에게 나온 특수한 화폐를 통해 도미닉 그린이라는 또 다른 퀀텀의 조직원이 있다는걸 알고, 이에 제임스 본드는 도미닉 그린의 음모를 막기위해 다시 한 번 움직이는게 이번 [007 퀀텀 오브 솔러스]의 줄거리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전편에 이어서 이번에도 다니엘 크레이그님의 제임스 본드는 원숙한 모습보다는 여전히 우직하면서도 감정적인 모습으로 임무를 거침없이 해나가고 있습니다. 지난번에도 그런 모습을 보여서 M에게 찍힌 제임스 본드는 이번에도 변함없는 막나감에 신뢰감을 잃고 후반부에는 아예 임무에 필요한 지원을 끊어버리고 강제귀국조치까지 당할 위기에 처하는등의 어려움을 보여주고 있더군요. 이런 상황에서도 제임스 본드는 [007 카지노 로얄]에서 도움을 받았던 CIA 소속의 펠릭스와 르네 메티스에게 다시 신세를 지고, 이번편에서 '본드걸'이자 도미닉 그린과 사업상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메드라노 장군에게 복수를 꾀하는 카밀과 손을 잡고 도미닉 그린의 음모를 막는 과정을, 105분이라는 [007 시리즈]치곤 다소 짧은 러닝타임동안 하드보일드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때문인지 여러가지 볼거리가 많았던 [007 카지노 로얄]보다는 조금 심심한 편인데, 그래도 전반부의 차량 & 보트 추격적이나 마지막의 대미를 장식하는 호텔 내에서의 액션은 블록버스터 영화답게 그럭저럭 볼만하더군요. 가까스로 탈출에 터치한 미스터 화이트가 제임스 본드에게 낚여서 우왕자왕하는 다른 조직원들과는 다르게 평점심을 잃지 않는 비범한 모습이나, 퀀텀이라는 조직이 MI6와 영국 수뇌부내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 영향력이 선보이고 있다는 떡밥도 잊지 않고 깔아주는 모습도 인상깊었습니다. 어차피 제임스 본드가 다 때려부술테지만요.
그리고 풋사과스러운 모습에서 좀 더 요원답게 퀀텀 소속의 정계 인사들을 색출하거나 어떤 의미로 퀀텀 이상으로 복수의 대상이었던 베스퍼의 남자친구까지 잡았음에도 죽이지않고 그냥 잡아버리는 인간적으로 성장한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여기에 베스퍼의 죽음으로 생긴 트라우마 중 하나인 불신을 임무를 수행하면서 해소하는 모습도 삽입했는데, 특히나 본드의 오판으로 고문을 받고 은퇴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도와주다가 죽음을 맞이한 메티스가 끝까지 본드를 걱정하는 모습과 마지막 장면에서 베스퍼가 지니고 있던 목걸이를 버리는 장면은 조금은 찡하더군요. 다만, 메티스가 죽은 직후에 그의 시체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주머니에서 현금을 꺼내는 장면은, 조금 아니다싶을 정도로 하드보일드하다못해 궁상맞았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정작 이 영화의 나머지 부분은 이래저래 아쉬운 부분이 좀 있더군요. 본드걸 중 한명이자 제임스 본드를 영국으로 송환하려고 보낸 현지 '내근'직원인 필즈가 제임스 본드에게 푹 빠진 장면은 그야말로 뜬금없고, 메인 본드걸인 카밀도 가족의 복수를 노리는 당찬 여걸에서 막판에 과거의 트라우마가 발동해서 갑작스럽게 수동적인 히로인으로 변한게 눈에 거슬렸습니다. 그리고 앞에서 이야기한 제임스 본드의 모습에서 다소 감정적으로 임무를 수행한다해도 막판에 사로잡은 도미닉 그린을 사막 한가운데 두고 사실상의 간접 살인을 한 모습다음에 바로 베스퍼의 애인을 살려주는 모습이 나와서, 그 사이에 영화에서 못그린 인간적으로 완성된 모습이 있었다고해도 조금은 갑작스럽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이런 부분은 영화 한편정도 더 사용(?)해서 좀 더 상세하게 다루었으면 더 좋았을텐데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밖에도 전편에서 영상과 보컬의 조화가 인상깊던 'You Know My Name'에 비해서, 사막을 배경으로 한 하드보일드한 제임스 본드의 모습을 살린 영상은 좋은데 주제가인 'Another Way To Die'는 노래 자체도 어중간하고 영상과도 잘 안 어울린다는 점도 마이너스라고 보네요.
아무튼 조금 아쉬움이 남아있던 [007 퀀텀 오브 솔러스]입니다. 그래도 비극적으로 끝난 전편에 비해서 이번에는 제임스 본드나 카밀에게 있어서 제목대로 '한줌의 위안'에 걸맞는 결말과 좀 더 완성된 제임스 본드를 보여줬는데, 어제 우리나라에서 개봉한 [007 스카이폴]에서는 얼마나 더 멋진 모습으로 돌아올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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