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왕 랄프 [14] 짧은 애니메이션

어떤 의미로 올해 가장 기대했던 애니메이션인 [주먹왕 랄프]가 어제 개봉했습니다. 원래는 자막판을 보고 싶었는데 극장의 전산오류로 자막판인 줄 알고 봤더니 더빙판을 봤지만, 그래도 예매권 한장 받고더빙판도 괜찮아서 큰 불만은 없네요. 근처의 극장들 모두 3D없이 2D에 더빙판'만' 상영했다는 사실이 조금 씁쓸했습니다만. 아무튼 이 다음부터 [주먹왕 랄프]의 스포일러가 있으니, 조만간 보실 분이라면 살포시 뒤로 넘어가는게 정신건강상 이로울 거라고 생각하네요.

어느 오락실에서 30년동안 자리잡고 있는 게임 [다고쳐 펠릭스]에서 악당역을 맡고 있는 주먹왕 랄프는, 그동안 참가하지 않았던 '악당 모임'에 나와서 "악당노릇을 그만하겠다."는 폭탄 선언을 합니다. 때마침 펠릭스와 맨션 주민들이 연 30주년 기념 파티에서도 홀대받은것에 화가나서, 다른 게임 세계에서 '메달'을 구해서 펠릭스를 비롯한 다른 이들에게 사랑을 받으려고 하죠. 그래서 우연한 기회에 건슈팅 게임 [히어로즈 듀티]로 가서 그토록 원하던 메달을 찾았지만, 예상치도 못한 사고로 [슈가 러쉬]의 세계에 불시착하여 메달까지 '반짝이'(프로그램 버그)인 바넬로피에게 빼았겨서 점점 상황은 꼬여만 가는게 [주먹왕 랄프]의 줄거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게임이 소재라서 그런지 80년대와 90년대 게임을 좀 했다면 알만한 게임 캐릭터들이 까메오로 다수 등장한다는게 눈에 띄더군요. 예고편에서도 추억의 게임 캐릭터들이 다수 등장하는데, 본편에서도 그러한 게임 캐릭터들을 많이 볼 수 있다는게 반가웠습니다. 비록 애니메이션 본편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건 아니고 앞에서 이야기한대로 까메오로 잠깐잠깐 지나가는 정도가 대부분이지만, 그래도 일본 애니메이션도 아닌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여러 게임들의 캐릭터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것만해도 여러모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개인적으로 [메탈 기어 솔리드 시리즈]에서 적에게 들켰을때 특유의 경고음과 더불어 뜨는 '!'와 악당 모임에서 [더 하우스 오브 데드]에서 나왔던 도끼 든 좀비에게 페이탈리티(!)를 시전하는 [모탈 컴뱃]의 케이노가 아주 인상깊었습니다. 심장뽑는 장면이 상당히 그럴듯해서 얘들이 놀라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더군요. 생각해보니 [다고쳐 펠릭스]는 [동키콩]을 연상케하고, [슈가 러쉬]도 [마리오 카트]를 연상케합니다.

그리고 설정이나 이야기 전개도 괜찮았는데, 오락실이 문을 닫으면 각자의 게임에서 자신들만의 생활을 꾸려나가거나 게임 중앙 센터를 통해 다른 게임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설정은 다른 매체에서도 몇 번 써먹었긴해도 본편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네다. 그리고 게임을 멋대로 들락날락거려서 게임 두개를 작살내고 사라진 터보가 [슈가 러쉬]에 몰래 들어와서 원래 공주였던 바넬로피를 깜빡이로 만들어버리고 자신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과정이나, 왜 터보가 깜빡이를 방해하는지 이유도 제법 그럴합니다. 그리고 [히어로즈 듀티]의 악당인 '사이버그'가 의도치않게 주먹왕 랄프와 같이 [슈가 러쉬]의 세계에 와서 깽판을 부리고 막판에 터보와 퓨전(...)을 하여 주먹왕 랄프를 방해하는 모습도 볼만하더군요.

여기에 주인공인 주먹왕 랄프가 남들에게 인정을 받기 위해 본의 아니게 다른 게임을 깽판을 치다가 바넬로피를 만나면서 티격태격하고 후반부에 터보의 농간에 의해서 갈등을 겪어도 극복하고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장면은, 뻔하다면 뻔한 전개지만 충분히 납득이 갑니다. 랄프와 바넬로피보다는 비중이 떨어져도 펠릭스와 칼훈 병장의 고해상도 드립과 M 속성이 살짝 보인다해도 둘의 러브라인도 재미있었고, 앞에서 이야기한 터보와 바넬로피의 정체나 후반부 사이버그의 난입을 통한 극적인 전개와 복선 또한 적절하게 배치하고 수습해서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모습도 깔끔하더군요.

하지만 전반부에 주먹왕 랄프가 다른 게임 세계로 가게 된 결정적인 이유였던 펠릭스와 멘션 주민과의 갈등이, 후반부에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묻어버린건 아쉬운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때문에 후반부에 주먹왕 랄프와 펠릭스가 의기투합하는 장면이나 엔딩에서 주먹왕 랄프가 펠릭스와 멘션 주민들과 같이 친해지는 모습이 어색하더군요. 그밖에도 아무리 결과는 좋았어도 본의 아니게 터보 못지않은 막장짓을 한 주먹왕 랄프에 행동에 대해서도 별말이 없는것도 조금은 걸렸는데, 개인적으로 초반부에 나왔던 경비원의 비중을 높여서 주먹왕 랄프를 추적하는 한 축으로 설정했고 이런 부분을 보충했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처음에 주먹왕 랄프가 원했던 좋은 녀석이 되지 못했어도 자신을 믿는 친구도 생기고 펠릭스와 멘션 주민들에게 인정도 받았으니, 아무려면 어떤가하는 생각도 살짝 해보네요.

이외에 본의 아니게 더빙판을 봤지만 더빙 퀄리티가 생각이상으로 좋았는데, 몇몇 분들이 우려했던 정준하님의 주먹왕 랄프 연기도 별다른 어색함없이 캐릭터와 잘 어울렸기에 만족스러웠습니다. 거슬리는 유행어 드립같은것도 없었으며, 김환진님의 펠릭스나 소연님의 바넬로피와 칼훈 병장의 이진화님도 캐릭터의 개성을 잘 살려주는 연기를 보여줘서 자막판을 괜찮았다고 보네요. 맞다, 깜빡한게 있는데, 본편의 여주인공인 바넬로피는 아이유 닮았고정말 귀엽습니다. 그리고 다들 그렇게 로리콘이 되는 거죠.(?)

시작은 도트 그래픽의 미키 마우스가 키를 잡는 모습부터해서 엔딩은 도트 그래픽으로 주역 4인방을 재현하고 맨 마지막 부분에서는 게임 팩을 뽑았을때 그래픽이 깨지는 모습까지 보여주는등, 이래저래 왕년에 게임을 좀 했다면 처음부터 눈에서 뗄 수 없는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아쉬운 점은 있어도 기대했던것만큼 재미있는데, 후속작으로 [잡기왕 클라크]가 나왔으면하는 생각까지 해보네요.

끝으로 소재 특성상 엔딩곡에 미국 디즈니 애니메이션임에도 'AKB48'의 노래인 '슈가 러쉬'가 나오는게, 별다른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노래 자체가 발랄한게 제목과 본편과 잘 어울리긴 하더군요.


덧글

  • 나이브스 2012/12/20 21:57 #

    기대 만큼 실망도 크군요.
  • 알트아이젠 2012/12/20 21:58 #

    전 기대했던대로 재미있었습니다.
  • 무명병사 2012/12/20 21:59 #

    어디에서 많~이 본 캐릭터들이 보이는군요. 보러 가볼까...
  • 알트아이젠 2012/12/20 22:03 #

    게임 좀 했다면, 이걸 안보면 곤란할 정도로 재미있습니다.
  • 2012/12/20 22:03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12/20 22:22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이십오 2012/12/20 22:20 #

    대부분이 더빙이더군요-_-
  • 알트아이젠 2012/12/20 22:22 #

    자막판이 거의 없나 보군요. -_-;;
  • Uglycat 2012/12/20 22:42 #

    저도 더빙 퀄리티에 대체로 만족했습니다만 국내 성우계의 흑역사인 '그 자'까지 출연한 걸 보면 씁쓸...
  • 알트아이젠 2012/12/20 22:42 #

    음, 맨 마지막 캐스팅에서 전부 다 체크하지 못했는데...나중에 확인해봐야겠습니다.
  • 니킬 2012/12/20 23:11 #

    버그를 반짝이라고 하다니, 그런 화면 표시를 '지직거린다'고 생각했던지라 표현이 독특하게 느껴지는군요.
  • 알트아이젠 2012/12/21 23:02 #

    적절한 개명이라고 생각합니다.
  • 셔먼 2012/12/20 23:20 #

    에그맨, 장기에프, 바이슨 등 익숙한 악역 캐릭터가 많이 나오는군요. 정작 해본 게임은 하나도 없지만요..
  • 알트아이젠 2012/12/21 23:00 #

    까메오로 여러 게임 캐릭터들이 나오더군요.
  • lian 2012/12/21 00:25 #

    저는 근처극장이 다 더빙판이라
    자막해주는데 찾아가서봤어요ㅡㅡ
    거기도 하루에 달랑 한회가 자막이더라구요;;
  • 알트아이젠 2012/12/21 23:00 #

    이 동네만 그런게 아니군요.
  • 소시민A군 2012/12/21 15:47 #

    이제 까메오는 다 나왔구나 싶을 때 갑자기 상상하하좌우좌우... 가 나오는 걸 보자 입에서 저절로 "BA"가 튀어나왔습니다.
  • 알트아이젠 2012/12/21 23:01 #

    아, 그게 '코나미 커맨드'였군요.
  • [박군] 2012/12/24 14:12 #

    음;... 올해 후반기는 기대했던 영화들이 대부분 별루네요;...

    호빗도 좀 그랬고;... 흠;...
  • 알트아이젠 2013/01/03 22:56 #

    저는 기대한만큼 재미있게 봤습니다. 그나저나 [호빗]은 생각보다 별로라는 평이 많네요.
  • 남선북마 2012/12/25 17:03 #

    '슈가러시'는 터보가 치트키쓰는걸 보더니.. 다들 코나미 게임이라고 하더군요.. 일본겜이니깐 일본노래가..ㅎㅎ
  • 알트아이젠 2013/01/03 22:56 #

    확실히 그렇게 이야기 할만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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