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제라블 [24] 본 영화

고전 명작인 [레미제라블]의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영화를, 우연한 기회에 공짜로 티켓을 얻어서 봤습니다. 생각해보니까 뮤지컬 형식의 영화는 사실상 이게 처음이네요. 물론 인도 영화 [세 얼간이]나 [로봇]처럼 영화 중간에 뮤지컬풍의 연출을 선보이는건 봤지만, 이 영화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뮤지컬 형식은 처음입니다. 아무튼 이 다음부터 고전이라해도 [레미제라블]의 스포일러가 있다는 점을 미리 이야기할께요.

빵 한조각을 훔친 죄로 오랫동안 감옥살이를 한 장 발장은, 석방된 이후에도 중죄인으로 낙인찍혀 정처없이 떠돌아다니는 신세가 전락합니다. 하지만 우연히 신세를 진 미리엘 주교에게 구원을 받은 후, 새로운 삶을 살게 되고 한 도시의 시장이자 공장장이 되어 부와 명예를 가졌죠. 하지만 장 발장은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선택한 신분 보증서를 찢어서 본의 아니게 도망자 신분을 남모르게 숨겼는데, 형무소때부터 악연이 있었던 경찰 자베르는 장 발장을 의심하게되어 위기에 처합니다. 그러한 위기속에서 장 발장은 다 죽어가는 여직공 팡틴을 통해 그녀의 딸인 코제트를 맡게되어, 이야기의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되는게 [레미제라블]의 전반부 스토리라고 할 수 있겠네요. 사실 후반부 내용은 훌쩍 커버린 코제트가 마리우스와 눈맞아서 그동안 금지옥엽으로 키워준 장 발장도 몰라보고(...) 뒤로한채 행복한 사랑에 빠지고 끈질지게 장 발장을 추적해온 자베르가 자살했으며, 끝에는 장 발장은 코제트와 마리우스 곁에서 숨을 거두었다는정도만 알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방대한 분량의 완역본을 보지 못했고 그마저도 아동용 축약본을 본지도 오래되어서 말이죠.

뮤지컬 형식의 영화라고 들었지만 뮤지컬의 영화 스크린에서 99% 재현할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말 그대로 뮤지컬 영화로 본편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의 연기 - 춤과 대사 - 노래가 158분이라는 상당히 긴 러닝타임동안 계속 이어지는데, 그때문에 뮤지컬에 익숙하지 않은 저로서는 살짝 지루한 감이 없지않아 있더군요. 그리고 원작 소설의 분량을 전부 영화에 집어넣는것은 무리라서 그런지 후반부에 장 발장에 의해 목숨을 건진 마리우스가 코제트와 만나 행복한 결혼식을 올리는 장면에서 중간 과정이 뭉텅 잘린 느낌이 드는등, 영화 매체와 러닝타임의 한계를 보인 부분도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어도 살짝 아쉬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참 멋지더군요. 뮤지컬의 한계라고 할 수 있는 공간적인 요소인 무대를 벗어나서 스크린을 통해 사실상 아무런 제약없이 선보이고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아서, 장엄한 배경과 그에 걸맞는 노래를 선보여서 웅장하다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고전 명작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장 발장의 헌신적이고 숭고한 삶이나 영화 후반부의 공화주의자들의 격정적이고 불꽃같은 모습과도 어느정도 잘 맞물려 있고 그속에서 등장인물들의 개성역시 잘 드러났더군요. 덕분에 중요 장면마다 가슴이 뭉클하고 감성이 풍부한 분이라면 눈시울이 적시기 충분합니다. 막판에 자베르가 장 발장을 잡을 절호의 기회를 날려버리고 자살을 택한 과정에서 뭔가 좀 빠진 느낌이 드는건 넘어가고...

그리고 배우분들의 연기가 대단했습니다. 원작인 뮤지컬을 먼저 본 분들의 이야기로는 뮤지컬에 비해서 몇몇 배우분을 제외하면 연기가 많이 아쉽다는 평이 많지만, 아직 뮤지컬을 보지 못한 저로서는 이 정도면 충분히 훌륭한 연기를 보여줬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특히 비중은 크다고 하기에는 2% 부족하지만 팡틴역의 캣 우먼앤 헤서웨이님의 연기는 나락으로 추락한 인간이 희망과 구원을 요청하는 애절함이 절로 느껴져서 굉장하다는 느낌이 들었고, 뮤지컬에서 같은 역을 맡은 바 있는 사만다 바스크양의 에포닌 연기도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잘 나타난 점이 감탄사를 연발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물론, 주인공 장 발장역의 휴 잭맨님도 보는내내 울버린과는 전혀 다른 멋진 남자인 장 발장에 걸맞는 연기를 보여줬고 아만다 사이프리드양의 성인 코제트 연기나 막시무스...아니, 러셀 크로우님의 자베르 연기도 무난했다고 보네요. 아, 장엄한 영화에서 선한 캐릭터는 아니지만 개그 캐릭터 포지션에 있는 테르나디에 & 테르나디에 부인역의 사차 바론 코헨님과 어째 기괴하게 분장해야 분위기가 사는헬레나 본햄 카터님의 연기도 약방의 감초스러운 느낌이 제대로 나는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무튼 전체적으로 마음에 든 영화더군요. 12세 관람가치곤 일부 장면에서 의외로 수위가 높아서 조금 깜짝 놀란 면도 있지만, 그래도 연말에 이런 뮤지컬 영화를 보는것도 괜찮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덧글

  • 잠본이 2012/12/26 22:42 #

    확실히 그분은 맨얼굴로 나온 영화보다 기괴한 분장으로 나온 경우에 더 뜨는듯한(...)
  • 알트아이젠 2012/12/26 22:43 #

    비슷한 케이스로 조니 뎁님이 있죠.
  • ChristopherK 2012/12/27 09:51 #

    칼을 뽑으라고 울버린!
  • 알트아이젠 2012/12/28 00:12 #

    ...라고 막시무스가 말합니다.
  • Uglycat 2012/12/26 22:50 #

    뮤지컬 형식 영화를 선호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 같군요...
  • 알트아이젠 2013/01/03 22:16 #

    말씀하신 그대로입니다.
  • 셔먼 2012/12/27 00:30 #

    테나르디에 부부는 영화 스크린샷만 보고 뿜었습니다(...).
  • 알트아이젠 2013/01/03 22:15 #

    선역은 아니지만 그래도 개그 캐릭터 역할을 잘 해내더군요.
  • 남선북마 2012/12/27 08:08 #

    뮤지컬의 영화화가 되놓으니 뮤지컬이 가진 징검다리 플롯의 단점을 영화도 그대로 가지고 왔더군요.
  • 알트아이젠 2013/01/03 22:15 #

    같은 생각입니다.
  • 데니스 2012/12/27 08:34 #

    휴잭맨씨는 엑스멘으로 유명해지기전 신혼초 마눌님 모시구 보러간 연극 인형의 집에서 본적이 있죠. 마눌님은 그때부터 휴잭맨씨 팬이라는...
    시드니서 종종 볼기회가 있는데 사인받고 싶다는걸 모처럼 가족들이랑 놀러왔을텐데 그냥 두자고 말리느라고... ㅡ,,ㅡ
    또 보이즈프롬오즈 쇼뮤지컬 주연도 한지라 노래.무용.연기등 전부 커버가 되죠.
    작년인가 TV서 한 소프트드링크 광고중 호텔에 도착한 진이 빠진 휴잭맨씨가 드링크를 마시고 경쾌한 음악에 맞추어 신나게 한바탕 어찌보면 발리우드 스탈로 춤추는 광고도 있었죠. ^ ^
  • 알트아이젠 2013/01/03 22:15 #

    정말 연기를 잘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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