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다카시의 수퍼플랫 원더랜드 [02] 비일상

우연히 [세미콜론] 공식 트위터를 통해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팝 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님의 전시회가 서울 시청 인근의 [플라토]에서 열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난 주말에 갔다왔습니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 5000원이며, 휴관일인 매주 월요일과 추석연류를 제외하고 매일 오후 두시와 네시에 도슨트 전시설명이 있더군요. 가급적이면 도슨트 전시설명 시간에 맞춰가는걸 추천하는데, 그 이유는 (사전정보없이)도슨트 전시설명을 듣지않고 작품 이해에 엄청난 애로사항이 꽃피기 때문입니다.
시원한 에어컨이 빵빵 나오는 전시회장 안에 들어오니까, 천장에 무라카미 다카시님이 만든 대표 캐릭터 중 하나인 '미스터 도브(Mr. DOB)'가 전시되어 있더군요. 미키마우스와 도라에몽을 섞어만든듯한 기묘한 캐릭터는, 언제나 한결같은 모습이 아니라 다른 작품에서 변화무쌍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역시나 무라카미 다카시님이 만든 대표 캐릭터 중 하나인 카이카이(위)와 키키(아래)로, 귀여우면서도 의젓해보이고 귀에 적힌 이름때문에 기묘한 느낌이 드는 카이카이와 요괴처럼 눈이 세개지만 그래도 천진난만한 모습을 가진 키키와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네요. 여담이지만 무라카미 다카시님이 설립한 회사 이름도 카이카이와 키키의 이름을 그대로 붙인 [카이카이키키]라고 합니다.
무라카미 다카시님은 자신의 작품을 다양하게 판매하는데, 아무래도 피규어등을 수집하다 보니까 편의점에서 수량한정으로 팔았다는 이 녀석들이 눈에 띄네요. 퀄리티가 상당히 괜찮았습니다. 여담이지만 기념품 가게에서도 몇몇 작품들이나 기념품을 구입할 수 있는데요. 전반적으로 가격대가 매우 비싸서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25000원하는 안내 책자를 안산건 살짝 아쉽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은 느낌이 강한 '빅 박스 P코코'입니다. 해당 작품은 무라카미 다카시님의 초창기 작품은 아니지만, 초창기에는 작품에 오타쿠적인 요소를 많이 도입했다고 하더군요. 그때문에 당시 오타쿠 계층에게 많은 비판을 받았고, 지금도 일본 내에서는 평이 극단으로 갈린다고 합니다.
으음, 특촬물을 많이 보신 분이라면 꽤나 익숙한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만...그나저나 이 작품이 뜻하는건 뭔지 잘 모르겠네요. 다름이 아니라 도슨트 전시설명에서 해당 부스는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전시공간 특성상 협소한 이유도 있지만, 이 작품을 비롯해서 이 부스에 있었던 비교적 무라카미 다카시님의 초창기 작품이 주로 전시된 부스에 대한 도슨트 전시설명이 없어서 좀 아쉽더군요.
무라카미 다카시님의 초기 작품관을 적나라하게 알 수 있는 '미스 코코'입니다. 이 캐릭터가 그쪽으로 유명(?)한 [베리어블 지오]에서 영감을 얻은 캐릭터라고 하더군요. 참고로 이번 전시회에서 촬영이 금지된 세 작품이 이 작품의 후속작이라고 할 수 있는 '두번째 미션 프로젝트 코코]의 경우에는, 미소녀가 메카닉틱한 슈트를 입은채로 유방과 성기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발키리처럼 3단 변형하는 모습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다른건 몰라도 가워크 모드(...)와 파이터 모드는 여러모로 충격적이더군요.
'컨텍트'라는 제목으로 무라카미 다카시님이 자주 그리는 코스모스에 일본식 화법과 서양식 팝 아트적인 형식을 도입했다고 합니다. 참고로 무라카미 다카시님은 단순히 오타쿠적인 요소에만 심취한 오덕이 아니라 [도쿄예술대학]에서 전통 일본화 전공으로 박사학위까지 받는등, 엘리트 교육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당시 일본 미술계에 범람하던 서양의 팝 아트적인 요소를 무분별하게 도입하는것에 안타까워하고, 여기에 일본 전통 미술 요소와 일본 내의 오타쿠적인 요소를 서양의 팝 아트와 결합한게 지금의 무라카미 다카시님을 세계적인 팝 아티스트로 만든 '수퍼플랫'의 원동력이라고 합니다. 그밖에도 팜플렛 읽어보고 도슨트 전시설명을 더 들어보니 엘리트 문화와 하위 문화와 예술과 상품과의 경계를 허물고 이를 해체하고 초평면화(수퍼플랫)를 도입했다고 하는데요. 더 파고들기에는, 제 머리가 거기까지 따라가지 못해서 더 이상의 자세한 탐구는 생략합니다.
무라카미 다카시님의 오너캐(?)와 자신의 대표작 중 하나인 도브와 역시나 작품에서 자주 사용하는 소재인 코스모스와의 화사한 조합이 인상깊은 '도브와 나'라고 하네요.
일본 전통 미술 + 서양의 팝 아트 + 일본 내의 오타쿠적인 요소의 접목시킨 수퍼플랫으로 크게 유명해졌지만 그에 대한 비판이 거세졌고 때마침 자신의 작품 세계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었는데, 그 시기에 일본에서 '도호쿠 대지진'이 일어난것을 계기로 오타쿠적인 요소 이상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고 위로할 수 있어야 겠다는 생각이 작품관으로 반영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째서 해골이냐고 의문을 가질 수 있는데, 이 작품은 무라카미 다카시님이 존경하는 프랑스 예술가 이브 클라인님에게 영감을 얻어 만든 작품 중 일부로, 삼색의 해골 중 한 색깔의 작품만 찍어봤네요. 해골은 당시 도호쿠 대지진의 참상과 그에 따른 삶의 덧없음을 표현했다고 합니다. 작품명도 '이브 클라인을 위한 오마주라고 하는군요.
무라카미 다카시님의 가장 최신작이라고 하는데, 도브가 시종일관 뭔가를 토해내는듯한 느낌이 눈에 띕니다. 이 토해내는 모습이 현대인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외부 환경의 모든것을 흡수하다가 감당하지 못하고 토해내는걸 상징한다고 하네요. 뱅뱅 도는 눈이 심상치 않습니다.
그렇다고 이런 도브의 모습만 있는게 아니라 비교적 상큼한 모습의 도브도 만날 수 있죠. 고정된 이미지가 아니라 같은 캐릭터라도 시시각각 바뀌는 모습이 이채롭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작품명이 '수퍼플랫 플라워'라고 하는데, 정말 무라카미 다카시님은 코스모스를 좋아하는 것 같더군요. 참고로 프랑스 파리의 '베르사유 궁전'내에 있는 '거울의 방'에서 전시까지 했다고 합니다.
눈과 코가 여러개 달리고 이빨이 날카로운 도브의 기묘한 모습에, 파도는 일본 전통 미술 기법에 색채나 배경은 서양식 팝 아트를 접목한걸 한눈에 알 수 있는 작품이더군요.
수많은 코스모스로 뒤덮은 '이 세상과 열반의 땅에서 피는 꽃들'이라는 이름의 이 작품은, 정말 어마어마한 숫자의 코스모스가 보는 이를 압박하기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중에서 울고 있는 코스모스도 찾을 수 있는데, 이 작품속의 코스모스는 평소에는 웃는 것 같아 보여도 사실은 외롭고 구석 한곳에서 눈물을 흘리는 현대인을 상징한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전시관 한쪽에 무라카미 다카시님이 작업을 한 수많은 영상 매체를 볼 수 있었는데, 이중에서 눈에 띄는 작품이라면 하츠네 미쿠의 오리지날 곡 [Redial] MV와 유명 헐리우드 여배우 커스틴 던스트님이 마법소녀 코스프레를 하고 아키하바라를 돌아다니는 내용의 [Turning Japanese] MV였습니다. 전자는 몰랐던 사실을 새로 알게 되었다면 후자는 여러모로 컬쳐 쇼크라고밖에 할 수 없는데요. 이밖에도 카이카이와 키키가 나오는 교육용(같은)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PV며 광고등도 볼 수 있습니다. 전부 다 보는데 약 1시간 정도 걸리지만, 바닥에 털퍼덕 주저앉아서 무라카미 다카시님의 영상세계에 빠져보는것도 괜찮은 선택이라고 보네요.
딱히 전리품은 아니고, 무료로 나눠주는 팜플렛과 티켓을 찰칵!!

사실 별다른 정보도 없이 갔고 실제로는 제 지성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들도 많았지만, 다행히도(?) 덕후라서 무라카미 다카시님의 작품관 중 하나를 차지하는 오타쿠 요소를 어느정도 캐치할 수 있었고 생각이상으로 재미있고 유익하며 흥미롭게 볼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 만족스러웠습니다. 12월 8일까지 하는데, 기회가 닫는다면 한 번 더 가볼 것 같네요.


덧글

  • 勇者皇帝東方不敗 2013/08/14 00:07 #

    이 분 코스모스 사진을 좋아해서 꼭 가봐야겠습니다.
    혹시 5번째 사진 오른쪽에서 2번째 피규어도 판매하고 있나요?
  • 알트아이젠 2013/08/17 23:48 #

    음, 얼핏 봤을때 없던걸로 기억합니다.
  • 오뎅사리 2013/08/14 13:45 #

    그게 없네요.....액체분출피규어가....남녀버전 다있는데....
  • 알트아이젠 2013/08/17 23:48 #

    네, 생각해보니 그게 안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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