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비티 [24] 본 영화

머나먼 우주에서 외계인이 쳐들어와서 대규모 전쟁을 벌이는것도 아니고, 정체불명의 외계 생명체가 일행을 하나둘씩 삼켜가며 공포를 주는 영화가 아닙니다. 지구로부터 327마일 떨어진 우주공간에서 '스페이스 데브리'에 의해 엄청난 사고가 일어나고 그러한 참상이 발생한 적막한 우주에서 살아남으려는 라이언 스톤 박사의 이야기를 담은게 지금부터 이야기할 [그래비티]라고 할 수 있군요. 이 다음부터는 늘 그랬듯이 [그래비티]의 스포일러도 곁을일테니, 스포일러에 민감하신 분이라면 다른 포스팅을 보는걸 추천합니다.

사실 [그래비티]의 이야기 자체는 평범하고, 이야기 전개도 대부분 '예상한대로' 평이하게 흘러가더군요. 더구나 영화의 배경이 광활한 우주공간이고 러닝타임 중 상당부분을 '롱 테이크 신'으로 잡아내고 있어서, 보는 분에 따라서는 살짝 지루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러한 평범한 이야기 구조를 식상하지않게 긴장감있는 연출을 적재적소에 삽입하고 강약을 잘 조절해서 보는 이를 효과적으로 잡았다폈다하고 있더군요. 사고가 일어나기전 망망대해의 우주를 아름답게 표현하다가, 사고가 난 직후 스페이스 데브리들의 끔찍한 연쇄 충돌 현상을 통해 더 큰 재앙을 불러일으키는 '케슬러 신드롬'을 3D 효과를 적절하게 사용해서 긴박감이 넘치게 표현했으며 이후 라이언이 무사히 살아남기까지 과정을 아름다운 우주에서 언제 죽을 지 모르는 공포로 가득찬 바뀐 우주 공간과 이야기에 진행에 따라 새롭게 생기는 위기등이 영화 곳곳에 잘 배치되었기에 보는내내 긴장감을 도무지 놓을 수 없었습니다. 솔직히 다음 장면에서 뭐가 나올지와 결말이 대충 예상되는데도 불구하고, 영화가 끝날때까지 눈을 뗄 수 없을정도로 이야기의 밀도와 몰입감은 매우 훌륭하더군요.

그리고 불의의 사고로 딸을 잃어버리고 삶의 의욕을 잃어가던 라이언이 생사를 오가면서, 내면의 상처를 극복하는 모습 역시 볼만했다고 봅니다. 처음에는 그저 공포에 질려서 맷 코왈스키의 지시에만 따르고 그러면서도 어쩔 줄 몰라하지만, 그러한 상황속에서 맷의 조언과 위트있는 대사로 조금씩 마음을 잡아가고 ISS 진입 과정에서 불의의 사고로 맷이 죽음을 맞이한 이후에도 흔들린 마음을 서서히 잡아가고 그 과정에서 절망도 하지만 결국에는 살아남기위해 결의를 다지고 행동으로 옮기는 모습이 인상적이더군요. 특히 중간에 극적으로 ISS에 들어가서 잠깐이나마 우주복을 벗고 무중력 공간에서 누워 있을때의 모습이 배경의 튜브와 맞물려서 뱃속에서 자라는 태아같아 보이는게 마치 라이언의 '재탄생'을 암시하는 것 같으며, 마지막에 죽을 위기를 넘기며 지구의 한 호수에 착륙에 성공해서 물속에서 헤엄쳐 뭍으로 올라와 힙겹게 발을 내딛는 모습을 끝으로 이 영화의 제목인 [그래비티]가 뜰 때, 영화 제목에 걸맞은 무게감이 절로 느껴지고 라이언의 완전한 재탄생을 상징하는 것 같아서 전율까지 일 정도였습니다. 이러한 상징성을 라이언역의 산드라 블록님의 뛰어난 연기가 매우 잘 살려줬으며, 이러한 라이언을 여러방면에서 도와준 맷역의 조지 클루니님의 연기 또한 약방의 감초 역할을 제대로 해내더군요.

91분이라는 짧은 러닝 타임속에서도 보여줄 수 있는걸 꽉꽉 채워서 보여준, 매우 멋진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이맥스 3D로 괜찮은 자리에서 본걸 행운이라고 생각할 정도인데, 가능하면 4D로 한 번 더 보고 싶네요.


덧글

  • Uglycat 2013/10/27 23:43 #

    단순한 플롯이라도 그걸 주무르는 솜씨에 따라 걸작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작품이었습니다...
  • 알트아이젠 2013/10/28 22:49 #

    게임 기획하는 일을 해서 그런지, 여러모로 느끼는 바가 많았습니다.
  • 날림 2013/10/27 23:53 #

    중력하면 역시 중력의 우물 내지는 카크리콘이 먼저 떠오르는군요
  • 알트아이젠 2013/10/28 22:49 #

    흐음, 그렇군요.
  • 아쥬나이 2013/10/28 11:37 #

    이젠 영화를 감상하는게 아니라 체험한다는 의미를 주는 좋은 작품이라고 봅니다
  • 알트아이젠 2013/10/28 22:49 #

    여러가지 체험을 해주더군요. 멋진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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