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 무비 [14] 짧은 애니메이션

지난 주말에 [레고 무비]를 봤습니다. 사실은 그냥 넘길까 생각했지만 보신 분들마다 평이 워낙 좋았고 어째 간판을 빨리 내릴 분위기라서, 원래 보기로 했던 [로보캅]을 다음달에 보기로 하고 이 녀석을 선택했죠. 그리고 다 보고 나니까, 그 선택은 결코 틀리지 않았고 호평이 절로 이해가 가더군요. 오히려 호평 이상으로 마음에 들었던 영화였습니다. 아무래도 레고까지는 아니라해도 피규어 덕후라서 더욱 영화에 공감한건지도 모르겠지만요.

악당 로드 비즈니스는 '마스터 빌더'의 우두머리인 비트루비우스와 싸워 이겨서 레고 세계를 파괴할 수 있는 병기를 차지하고, 전투 과정에서 장님이 된 비트루비우스는 전설의 피스를 손에 넣은 자(레고)가 로드 비즈니스를 무찌를거라는 예언을 하게 됩니다. 한편, 지극히 평범한 주인공 에밋은 우연한 기회에 전설의 피스를 입수와 동시에 등짝에 전설의 피스가 딱 - 붙어버렸고, 이를 노리는 로드 비즈니스의 수하인 굿 캅/ 배드 캅과 휘하의 경찰들의 추적을 받게 되며, 에밋은 비트루비우스의 동료인 와일드 스타일이나 배트맨들과 같이 로드 비즈니스를 무찌르고 레고 세계를 구하기 위한 험난한 여정을 거치는게 이번 [레고 무비]의 줄거리라고 할 수 있겠더군요.

일단 '레고' 무비라는 이름답게 전반적으로 레고라는 소재를 굉장히 잘 사용했습니다. 우선 지금까지 발매했던 수많은 레고들이 등장한것을 시작으로 3D로 만든 레고를 의도적으로 스톱 모션 형식으로 등장 인물들과 사물들의 움직임을 구현한것을 비롯해서, 여러가지 위기 상황에서 레고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여러가지 레고 블록들의 조합으로 위기를 타개하거나 굿 캅/ 배드 캅처럼 이중인격 인물은 레고 얼굴을 돌리는 방식으로 표현하는등의 3D로 만든 레고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모습이 안싱깊더군요. 그때문에 총을 발사하는걸 표현한다고 막대기(...) 블록을 사용한건 조금은 미묘했지만 크게 신경쓸만한 부분은 아니었으며, 의외로 레고 블록으로 표현한 불이나 물도 그럴듯했습니다. 그야말로 영화 제목값을 제대로 했다고 할 수 있죠. 심지어 레고와는 크게 연관이 없을 것 같던 접착제나 아세톤들도 레고들에게 큰 위협으로 적절하게 활용했으며, 영화 후반부에 코즈믹 호러급의 위력을 제공하는데...이건 이따가 이야기하겠습니다.

그리고 전형적이긴해도, 주인공 에밋을 비롯해서 등장 인물들의 개성과 비중이 적절했습니다. 너무나도 평범하지만 전설의 피스를 얻고 주변 인물들의 도움으로 영웅으로 각성하는 주인공 에밋을 비롯해서, 이름그대로 와일드하게 활동하면서 에밋을 적절하게 서포트하면서도 배트맨과의 관계도 신경쓰는 히로인 와일드 스타일에 현자 포지션이지만 적절하게 몸개그를 보여주는 비트루비우스에 적절한 능력과 허세로 에밋들을 서포트하는 배트맨과 그밖의 등장인물들이 특정 인물만 눈에 띄게 비중이 높거나 낮은부분없이 적절하게 자신의 역할을 다한것도 마음에 들더군요. 악당인 로드 비즈니스의 위엄과 악랄함이나 이중 인격인 굿 캅/ 배드 캅의 집요함도 영화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기 충분했습니다. 목소리 캐스팅도 리암 니슨님이나 모건 프리먼님같은 연기력 좋은 유명 배우분들을 섭외했기에 듣는 즐거움도 쏠쏠하더군요. 덤으로 적절하게 튀어나오는 영화 패러디나 앞에서도 살짝 이야기했지만, 유명 영화/만화 캐릭터들이 레고로 까메오로 등장하고 역시나 잠깐이라해도 눈에 각인될 정도로 코믹한 활약을 한 모습을 보는 것도 즐거웠습니다. 가장 압권인건 현실에서는 엄청난 인기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본편에서는 배트맨에 의해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밀레니엄 팰론을 들 수 있네요.

마지막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 스토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초반과 중반까지는 '평범한 사람이 조력자들에 의해 영웅으로 각성'이라는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고 (여기부터 [레고 무비]의 스포일러가 있음)중반부에 비트루비우스의 사망으로 유령 레고(!)로 다시 등장한 비트루비우스에 의해서 '예언은 뻥'이라는게 밝혀지면서 '자신을 믿고 행하는게 진짜 영웅'이라는 역시나 평범하지만 그래도 멋지고 지금까지의 전개를 보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모습을 에밋이 보여주더군요.

하지만 레고 세계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내던지 에밋이 도착한 곳이자 이 영화의 진짜 매력을 알 수 있는 후반부의 주요 무대는, 뜻밖에서 현실입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양덕의 빠와를 제대로 보여주는 지하실에서, 레고 덕후인 한 아이의 아버지와 아버지의 레고를 마음대로 가지고 노는 아이와 다투는 모습에서 [레고 무비]는 단순한 레고라는 소재를 잘 사용한 영화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주더군요.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아이가 아버지의 레고를 자유롭게 가지고 놀면서 만든 이야기였고, 이를 본 아이의 아버지는 접착제를 꺼내들어 아이가 더 이상 레고를 가지고 놀 수 없게 만드는 초강수를 두는 모습이 레고 세계의 위기와 절묘하게 오버랩되는 장면이 인상깊었습니다.

여기에 철저하게 수집의 일환으로 레고를 구입하고 규격화된 제품 이외의 레고를 인정하지 않는 아버지와 규격화된 제품 이외에 레고 블록을 이용해서 자유롭게 가지고 놀려는 아들의 갈등은, 자연스럽게 후반부의 레고 세계에서 로드 비즈니스 = 아이의 아버지의 계획이 현실화되어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아들이 주로 가지고 놀았던 레고들의 사투와도 자연스럽게 융합이 되는 모습 또한 눈에 띄더군요. 그리고 아버지가 아들을 인정하고 레고의 참된 의미를 알고 아이를 인정하는 모습을 통해서 레고 세계의 평화가 찾아오는 모습에서, 어떤 의미로 이제는 아버지가 된 덕후가, 어렸을 때 순수(?)했던 덕후 시절에서 느꼈던 감정을 되찾는 듯한 모습을 보여줘서 여러모로 생각하는 바가 많았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지금 즐기고 있는 취미는, 지금도 처음 접했을때처럼 즐기고 있는건지 - 아니면 지금은 그냥 수집과 그에 따른 만족감만 취하려고 하는건지 진지하게 생각하게 만들기 충분하더군요.

아무튼 주변의 호평 이상으로 마음에 든 영화였습니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여동생이 가지고 노는 저연령층 레고 '듀플로'의 강림으로 후속편을 암시했는데, 후속편에서는 과연 어떤 내용으로 레고를 잘 사용한 영화 이상의 뭔가를 보여줄지 궁금하네요. 그나저나 3편이 나온다면 친척 사촌동생(혹은 조카)들의 강림 그런건 아니겠죠?아, 생각만해도 소름이...


덧글

  • 이젤론 2014/02/21 22:37 #

    후속작이 나온다면.... 그거 호러무비 맞네요 ㄷㄷ
  • 알트아이젠 2014/02/21 22:38 #

    정말 제대로 된 호러 무비가 나올 것 같습니다.
  • 스트라이크느와르 2014/02/21 23:03 #

    모든 것이 멋져~~~~~~~
  • 알트아이젠 2014/02/21 23:05 #

    아, 그 노래 좋죠.
  • Grenadier 2014/02/22 07:15 #

    그렇게 된다면 레고 무비3 : 조카의 역습이군요...
  • 알트아이젠 2014/02/22 18:03 #

    코즈믹 호러가 추가됩니다.
  • 듀얼콜렉터 2014/02/22 09:29 #

    원래는 안 볼려고 했는데 워낙 평이 좋아서 보고 잘 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스토리, 연기도 좋고 특히나 그 주제가의 중독성이 장난 아니더군요~ 겨울왕국과 더불어 레고무비도 어린이 위주 영화라도 무척 재밌다는게 흥미롭습니다 ㅎㅎㅎ.
  • 알트아이젠 2014/02/22 18:03 #

    [레고 무비]는 후반부 전개때문에 어른(덕후)들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더군요. 물론 아주 재미있습니다.
  • 듀얼콜렉터 2014/02/27 07:49 #

    그렇죠, 마지막의 메세지가 정말 관통했습니다, 에취. 지난 주말에 두번째로 봤는데도 재밌더군요, 후속작이 기대되더군요~
  • 알트아이젠 2014/02/27 08:10 #

    후속작이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 태천 2014/02/22 10:41 #

    <겨울 왕국>과는 또다른 방향성(?)으로 잘 만들어진 작품인데
    국내에선 <겨울 왕국> 인기몰이와 '레고'라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묻혀져 가는 느낌이 없잖아 있죠.^^);;
  • 알트아이젠 2014/02/22 18:04 #

    레고가 국내에서 입소문 타기에는 좀 한계가 있는 소재였나 봅니다. 좀 아쉬워요.
  • 니킬 2014/02/22 20:21 #

    평가가 좋아서 한 번 보려고 했는데, 개봉관이 참 적은데다 한 주 지나니 더 적어지더군요......
  • 알트아이젠 2014/02/22 20:54 #

    가급적이면 내일 바로 보시는걸 추천합니다. 아마도 다음주면 바로 간판을 내릴 분위기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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