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피스 [14] 짧은 애니메이션

지난 주말에 [쇼트피스]를 봤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롯데 시네마]는 다른 극장들에 비해서 비주류 영화나 애니메이션 시간편성이 굉장이 좋지 않더군요. 아무튼 토요일 오전 1시 20분이라는 극악의 시간대를 택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 다음부터 [쇼트 피스]의 스포일러가 있으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인트로: 숨박꼭질에서 술래를 맡은 소녀 뒤에 어떤 기묘한 건물이 등장하고, 그러한 상황에서도 소녀는 아무런 두려움없이 안에 들어가서 이런저런 신기한 광경들을 보게 되더군요. 분량은 짧고 별다른 이야기는 없지만, 건물안의 신기한 광경들에 대한 특수효과나 마지막에 소녀의 옷이 다양하게 바뀌는 장면에서 건X 시리즈에서 등장했던 몇몇 여성 캐릭터들이 연상되는 복장으로 바뀌는 정도가 눈에 띄었습니다.

구십구: 18세기 일본.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산길을 걸어가는 장인은, 낡은 사당을 발견하고 그곳에서 하루를 보내더군요. 하지만 그곳에서는 오래된 물건들이 방치되어있고, 그러한 물건들에게 귀신이라도 들린건지 연신 나그네를 쉬지 못하게(?) 만듭니다. 여러가지 사연을 가진 물건들이 장인들앞에 다양한 방법으로 등장하고, 이러한 기묘한 상황에도 장인은 꿋꿋하게 자신 앞에 등장하는 물건들을 수선해주며 하룻밤을 보내는 장면이 환상적으로 펼쳐지더군요. 한마디로 아X발 꿈스러운 단순한 스토리에 3D 캐릭터의 움직임은 꽤나 거칠고 2D 배경과의 조화도 썩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하룻밤에 벌어지는 장인과 물건에 깃든 귀신과의 만남들을 때로는 웃기게 - 때로는 긴장감있게 그려냈습니다.

화요진: 17세기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대상의 집안 아들이지만 소방관을 꿈꾸는 마쓰키치와 그의 소꿉친구이자 마쓰키치를 좋아하는 오와카의 엇갈리는 파국에 대한 이야기라고 보네요. 원하지 않은 결혼에 고민하다가 방화를 저지른 오와카와, 집안과 의절까지하면서 그렇게도 되고 싶었던 소방관이 된 마쓰키치와의 만남에서 뭔가 극적인 이야기가 벌어질 것 같다가 그런 거 없이 엄청난 화마가 두 사람을 흽쓸고 가는 결말에서 허무감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재미있게 본 에피소드는 아니지만, 초반에 어렸을때의 마쓰키치와 오와카의 만남을 두루말이의 그림으로 표현한 점이나 그 당시 에도 시대의 소방관의 활약상이 이채롭더군요.

감보: 16세기 전국시대 말기 어느 한 마을에 도깨비가 쳐들어와서 처녀들을 모조리 잡아가고 마을에는 어린 아이인 기오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한편, 일련의 무사집단에서 단 한명의 무사만 제외하고 전멸시킨 백곰 감보는 기오앞에 나타났고, 기오는 감보가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도깨비와 생사를 건 한 판 대결을 벌이는 에피소드더군요. 12세 관람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도깨비에 의해 원하지 않은 임신을 하게 된 마을 처녀가 상반신을 드러낸 채 자신을 죽여달라고 외치고(그리고 불에 타서 죽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합니다.) 감보와 도깨비와의 대결에서 연신 피를 흩뿌리고 몸 여기저기를 마구 꺽는등의 선정성과 폭력성이 상당했습니다. 아무튼 전반적으로 상당히 처절한 에피소드로, 초반부에 무사집단의 생존자와 감보와의 관계가 후반부에 허술하게 처리하거나 [구십구]에서 언급한대로 3D로 그린 감보와 도깨비의 전투신이 상당히 뻣뻣한게 조금 걸리더군요. 그리고 결말도 조금 후다닥 끝난게 다소 아쉬웠습니다. 그나저나 도깨비가 에일리언처럼 외계에서 온 생명체로 묘사한게 이채롭습니다. 도깨비의 본거지에 추락한 우주선이나 에일리언의 알을 연상케하는 도깨비의 알이 그냥 지나칠 수 없겠더군요.

무기여, 잘 있거라: 인트로를 제외하고 위의 세가지 에피소드와는 다르게 근 미래를 배경으로, 폐허가 된 후지산 밑의 어느 한 도시에 각종 첨단장비를 무장한 5명의 소대가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되더군요. 어떤 무기를 회수하는 것이 목적이고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해당 무기를 파괴하는 것이 임무인데, 소대앞에 전차형 무인 병기의 급습으로 생사를 건 사투를 그린게 이번 에피소드입니다. 카토키 하지메님이 연출을 담당했는데, 전차형 무인 병기를 제압하기 위해서 각종 첨단장비들을 적재적소에 사용하고 소대원들의 팀워크가 척척 맞는 모습을 상당히 긴장감있게 그려낸게 인상적이더군요. 아마도 [쇼트피스]에서 그나마 가장 재미있게 본 에피소드가 아닌가 생각하는데, 아무튼 소대원들이 한두명씩 목숨을 잃고 최후에는 주인공만 남았다가 군번줄이 박살나면서 전차형 무인 병기에게 적으로 인식되지 않는 모습과 그러한 현실에서 어이없어 하면서 전차형 무인 병기에게 돌맹이를 던져서라도 공격하려는 모습이 그야말로 블랙 코미디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옷이 홀라당 타 버려서 나체가 된 주인공의 국부를 모자이크 처리(...)한것도 다른 의미로 블랙 코미디지만 말이죠. 그나저나 이야기 전개나 결말도 에피소드 제목인 [무기여, 잘 있거라]와 묘하게 잘 맞아 떨어집니다.

아무튼 다양한 시대와 소재를 가진 네가지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쇼트피스]는, 광고대로 '이것이 애니메이션의 정점이다!'라고 이야기하기에는 [무기여, 잘 있거라]를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퀄리티가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퀄리티와는 별개로 대중적인 요소와도 거리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래도 저마다 다른 색깔을 가진 단편 애니메이션을 4편 연달아 보는것도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덧글

  • 태천 2014/04/25 23:23 #

    그렇잖아도 디제님 포스팅 보고 한번쯤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긴 했는데
    역시 상영하는 곳이...(먼산)
  • eigwn 2014/04/27 02:45 # 삭제

    전형적인 저급 수준의 관람평
    당신같으면 10분 남짓한 시간에 어떤 내용을 담을 수 있을까?
    한국이라면 이런수준의 애니는 꿈도 못꿨을 것을 어디서 본건 있어서 수준을 논하는 우스운 상황
    일단 저정도 애니를 만들 수준이나 되고 비판합시다 어줍지 않은 관람평은 지워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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