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사무라이 [24] 본 영화

상당한 양의 약을 투여받은 포스터입니다. 사실 다른 포스터의 약 투여량이 더 높지만요.

사실 고양이보다 개를 더 좋아하는 편이지만, 이 영화에서 나오는 고양이인 아나고가 귀여운건 사실이고 소재도 재미있어서 한 번 보기로 했습니다. 원작이 TV 드라마라는데 그건 보지 못했으니까 넘어가고, 아무튼 이 다음부터 [고양이 사무라이]의 스포일러가 있으니 그 점 참고하면 좋을 것 같네요.

주인공 마다라베 큐타로는 한때는 이름있는 무사이자 관리였지만, 모종의 이유로 가족들 곁을 떠나 재기를 노리는 낭인으로 궁핍하고 살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서 그의 실력을 눈여겨 본 요네자와 일가(일명 개파)는 라이벌인 아이카와 일가(일명 묘파)에서 애지중지하는 고양이 '다마노죠'를 죽여달라는 기묘한 의뢰를 제시하더군요. 황당한 의뢰지만 궁핍한 삶의 큐타로는 의뢰를 받아들이고 다마노죠의 눈앞에서 칼을 들이대지만, 무슨 이유인지 죽이지 않습니다. 이후에 외딴 곳에 다마노죠를 버리는 큐타로지만, 다마노죠의 마성(?)에 의하여 서서히 다마노죠를 집에 들이는 과정을 그린데 [고양이 사무라이]의 줄거리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일단 영화는 제목대로 고양이와 사무라이라는, 얼핏 매치가 안되는 소재를 그럭저럭 잘 버무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고양이 아나고가 연기한 다마노죠의 귀여움은 말할 것 없고, 이러한 고양이에게 휘둘리는 주인공 마다마베의 모습이 눈에 띄더군요. 본편의 나레이션도 담당하는 큐타로는 겉모습 못지않게 위압적인 목소리나 행동으로 재기를 노리는 낭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으면서도, 가끔씩 얼빠진 모습을 보여서 웃기고 다마노죠와 엮이면서 이와 관련된 여러 사람들까지 몰려오는 바람에 일상에 변화가 부는 모습을 훈훈하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큐타로뿐만 아니라 그를 둘러싼 요네자와 일가와 아이카와 일가를 비롯해서 본편에서 큐타로의 라이벌 포지션의 시마자키 신에몬도 뭔가 나사가 하나씩 빠진 것 같은 모습을 선보이기에, 이런 부분과 다마노죠와 요네자와 일가가 키우는 다마노죠못지않게 귀여운 아키타 견 진타로와 같은 축생들의 푸근한 모습을 화면에 슥 비춰주는것만해도 힐링으로 부족함이 없다고 보네요.

초반부에 다마노죠와 큐타로를 중심으로 한 개그에서, 중반부에 오우메와 신스케가 큐타로의 집에 난입하고 이 와중에 다마노죠의 행방과 아버지의 원수를 갚으려는 신스케의 돌발행동까지 겹쳐서 요네자와 일가와 아이카와 일가의 충돌이라는 제법 무게있는 이야기로 이어질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사실 그런 거 없고, 이 역시 어느새 다마노죠에 푹 빠진 큐타로의 애묘 + 불살정신을 시작으로 각 조직의 수장들도 서로 화해하고 고양이를 출세로 이용하려는 태도를 철회하는등의 시시할정도로 평온하게 해결을 하더군요. 물론, 주인마님 앞에서 울기만 하던 오우메가 결말부근에서 뜬금없이 강한 여자가 되겠다고 한 건 뜬금없습니다만. 그래도 신스케는 실력의 격차를 느끼고큐타로가 보여준 애묘정신에서 비롯한 불살정신에 감회되었는지 복수를 포기하고 고향에 있는 어머니에게 돌아가고, 지금까지 각 조직의 축생들 경호원을 했던 신에몬은 또다시 높으신 분의 고양이 경호원을 하는등의 그럭저럭 납득가는 에필로그를 보여주더군요.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전반적으로 - 특히 후반부에 큐타로가 다마노죠에게 빠지는 과정에서 가족애와 불살이라는 요소가 살짝 따로 놀았고 조금은 어거지로 결합된 느낌이 느낌이 조금 있었지만, 그래도 눈에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주인공 큐타로는 신에몬을 통해서 '고양이 사무라이'라는 타이틀을 얻었지만 당초 기대했던 재기는 물건너가고 터덜터덜 가족들 곁으로 돌아갔고, 결국에는 다마노죠 목에 딸이 건내 준 부적을 걸어주고 가족들앞에 보여주는등의 고양이에게 완전히 빠진 푸근한 결말을 보여주더군요. 가족들 입장에서는 청천벽력(?)같은 일이겠지만, 그래도 영화에서 큐타로를 맞이한 가족들의 모습은 푸근하니 그러려니합니다. 생각해보니 과거에 큐타로가 관리에서 잘린 이유가 불살도 불살이지만 할복하는 이에게 목을 쳐서 조금이나마 고통을 덜어주는 '카이샤쿠'를 못했다는걸 감안하면, 앞으로도 관리로 재기하는건 어려워 보이지만요.

아무튼 고양이와 개를 좋아하고 그 중에서 고양이를 좀 더 좋아한다면, 부담없이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나저나 진타로를 메인으로 한 [개 사무라이]같은게 스핀오프작으로 나왔으면 좋겠네요.

덧글

  • 무희 2014/12/04 10:05 #

    이 글을 보고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졌습니다.
  • 알트아이젠 2014/12/05 23:45 #

    저도 잠깐이나마 아주 쪼금 생겼죠.
  • JK아찌 2014/12/04 10:58 #

    왠지... B급을 좋아하시는듯한 알트님

  • 알트아이젠 2014/12/05 23:46 #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더군요.
  • Fact_Tomoaki 2014/12/06 01:19 #

    아 순간 냥심을 낭심으로...
  • 알트아이젠 2014/12/06 09:34 #

    일찍 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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