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셀 [24] 본 영화

80년대 게임 캐릭터들이 지구를 침공한다는 황당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리는(?) 영화 [픽셀]이, 지난주에 우리나라에서 개봉을 했더군요. 비슷한 소재를 사용한 [주먹왕 랄프]도 재미있게 봤기에 이 녀석도 적당히 기대를 했는데, 이 다음부터 [픽셀]의 스포일러가 있으니 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주인공 샘은 친구 월과 더불어 게임을 좋아하는 평범한 학생으로, 천부적인 게임 실력을 지녔으나 아쉽게도 전국 게임 대회에서 애디 = 불꽃 싸다구에게 밀려서 2위를 차지하고 실의에 빠졌더군요. 그 후로 게임 설치 기사로 소소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 샘 앞에, 대통령이 된 월이 찾아와서 뜻밖에 제안을 합니다. 어렸을 때 즐겨했던 게임 속의 캐릭터가 지구를 침공하니, 그들로부터 지구의 위기를 막을 수 있는 제안을 해달라는거죠. 이에 샘은 옛 게임 친구 러들로와 이제는 범죄자로 살고 있는 애디와 다시 만나서, 월과 그들을 지원하는 바이올렛과 더불어 그 시절의 게임 센스를 살려서 게임 캐릭터의 모습으로 지구를 침략하는 외계인들과 한 판 승부를 벌인다는게 [픽셀]의 주요 내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일단 이 영화의 장점은 80년대 초 게임들을 영화 곳곳에서 적절하게 활용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네요. 지구의 주요 도시들이 고전 게임 [갤러그]를 비롯해서 [알카노이드]나 [테트리스]에서 나온 캐릭터들에게 의해서 파괴되는 모습이 해당 게임에 컨셉에 맞게 표현했으며, 본격적으로 샘 일행이 활약하는 중반부부터, 이러한 센스가 극대화 되는게 눈에 띕니다. 지구의 운명을 건 외계인과의 승부를 그 당시 게임들의 목숨 숫자인 3개에 해당되는 게임 규칙(세 번 외계인이 도시 파괴를 성공하면 지구 박살)을 비롯해서,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팩맨] 캐릭터와의 대결에서는 주인공들이 게임에서 악당이었던 고스트가 되어 팩맨을 처지하기 위해 동분서주를 하는 모습이 인상깊더군요. 적절한 팀 플레이를 통해서 팩맨의 목숨을 하나하나 깍다가 게임에서 등장했던 '파워 먹이'를 팩맨이 먹었을 때 상황이 역전되어 10초 동안 주인공 일행이 도망가거나, 이러한 점을 역이용하여 10초가 되기 직전까지 위험을 감수하고 팩맨과의 거리를 유지하다가 무적시간이 끝나는걸 노려서 팩맨의 마지막 목숨을 날려버린 발상은 게임의 설정을 잘 활용하면서도 긴장감과 참신함을 잘 살린 명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게임 활용도는 비슷한 소재를 사용한 주먹왕 랄프보다 더욱 높았다고 보네요.

그밖에도 최종 보스 포지션인 [동키콩]의 위용이나 앞에서 언급한대로 도트 그래픽 풍의 각종 게임 캐릭터들이 화면에서 돌아다니고 주인공들에 의해서 박살나는(...) 장면을 보는 재미도 나름 쏠쏠했습니다. 그밖에 2D 캐릭터와의 로망을 보여준 러들로와 (실제 개발자 분은 까메오로 나왔지만)팩맨의 개발자 분이 자신의 아들이나 다름없는 팩맨 앞에 나와 설득하다가 팔이 먹히는 추태와 개그를 보여주는등의 잔재미도 있더군요. 마지막으로 본편이 다 끝나고 스탭롤에서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도트가 튀는 고전 게임풍으로 정리해주는 모습도 이 영화에 잘 어울리는 보너스라고 봅니다.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라면 이 영화의 반전이라고 할 수 있는 애디의 치트 코드를 이용한 반칙 플레이가, 분명히 영화의 분위기를 잠깐이나마 전환하는 요소고 그에 대한 분명히 복선도 적절하게 깔아놨지만 다소 무리수가 아니었나하는 생각이 드네요. 조금 너그럽게(?) 어렸을 때 샘을 이기는데 치트 코드를 사용해서 이겼다는건 그냥저냥 넘어가도, 팩맨과 싸울때 엄연히 '현실 세계'임에도 불구하고 치트 코드가 먹힌다는건 아무리 영화라 해도 납득이 안갔습니다. 그리고 어느정도 적당한 수준의 너드(자막으로는 덕후라고 번역)인 샘과는 달리 지극히 안 좋은 의미로 스트레오 타입 너드인 러들로와 아예 막장 인생사를 달리는 애디에 대한 묘사가 너무나도 전형적이라는 점도 조금은 걸리는 부분이더군요.

단점이라면 중간에 무리수 돋는반전이 있다해도 영화 자체 전개가 너무 평이하다는 것과, 그마저나 외계인이 나타나기 전의 초반 진행은 여러모로 지루했하다는 점을 들 수 있겠네요. 그리고 고전게임 요소를 제외한다면 양키식 개그도 조금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었고, 주인공 샘과 히로인이라고 할 수 있는 바이올렛과의 로맨스도 별다른 전개나 복선 없이 그냥 시간 지나니까 진도가 팍팍 나가거나, 잘만 활용했다면 단조로운 이야기 전개에 활력소를 줬을 법한 애디의 경우에도 별다른 묘사없이 언제 그랬냐는 듯 개심해서 다른 멤버들과 같이 해피엔딩을 맞이하는등 이야기 전개에서 신경을 덜 쓴 부분이 여러모로 아쉬웠습니다. 아까 같은 이야기를 한 것 같지만 러들로와 애디가 그다지 호감이 안가는 캐릭터상에 딱히 개심하거나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것 또한, 아쉬움과 더불어 거슬리는 부분일지도 모르겠네요. 번역 부분에서도 초반에 [스타워즈]의 '포스'를 '마법의 힘'으로 발번역한것도 좀 그랬고.

곳곳에서 망작이라는 이야기가 심심치않게 나왔고 저 역시 아쉬운 점이 꽤 보였지만, 그래도 막상 볼때는 재미있게 본 영화라고 보네요. 그나저나 [주먹왕 랄프 2]가 얼른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덧글

  • 무희 2015/07/29 22:59 #

    불X친구가 대통령이 되었다는 설정이 젤 참신(?)했던거 같아요. 저도 팩맨 세대보다는 살짝 뒤쪽이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봤습니다.
  • 고드재현스 2015/07/30 02:53 #

    러를로가 거기서 띠융디융디융당했다면 더 감동적이었을텐데

    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저에게도 있엇습니다...

    충격의 라스트씬은 어째 일본에서 상영되면 @!#?@!를 갖고 파렴치한 상품이 나올거 같은 불안이(거기까지
  • TokaNG 2015/07/30 09:24 #

    재밌게 보긴 했지만, 그래도 지구의 존망이 걸린 중대한 전투인데 너무 긴장감이 안 느껴져서 좀 아쉬웠습니다.
    그야말로 게임을 하는 정도의 수준.;;
    지면 끝장이다 라는 절박함이 제대로 전달됐으면 더 좋았을 텐데...
  • 정의건담 2015/08/02 16:25 # 삭제

    제일 억지스러운건 주인공들 행동에 정당성&활약상을 줄려고 미해병대를 병신으로 만들어놨음.
    (아마 미해병대에서 절대 장비지원 안해줬을듯.) 분명 주인공들이 지네 머리만 맞춰야된다고
    거듭말했는데, 해병대들이 말 안듣다가 지네한테 다털리는거부터 억지. 머리 못맞춰서 분열하는걸
    눈으로 보고도 계속 바보짓하는걸 보면 이건 미해병대에서 자기들 명예훼손했다고 고소 안할까
    싶을수준.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2011 이글루스 TOP 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