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추방 [14] 짧은 애니메이션

국내에서는 [애니플러스]를 통해서 VOD 서비스만 했던 [낙원추방]이, 어제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초정장편으로 1회 상영했습니다. 이미 구입은 했지만 아직 보지 않은 것도 있고 무엇보다도 '큰 화면에서 충분히 볼만하다.'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이쪽을 노렸는데, 비록 상영관 구조를 생각안하고 예매를 해서 명당과는 살짝 벗어난 자리에서 봤지만 보는데는 딱히 불편함은 없었기에 큰 불만은 없네요. 아무튼 늘 그랬던 것처럼 이 다음부터 [낙원추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인류의 대다수가 지구를 버리고 전뇌화를 하여 '디바'를 통해서 살아가고 있는 먼 미래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가 디바와 접촉하게 되더군요. 이에 디바는 유능한 보안 요원인 안젤라 발자크를 지구로 파견하여, 그곳에서 디바를 돕는 옵저버인 딩고와 같이 디바에 무단으로 접촉한 존재에 대한 추적을 시작하게 됩니다. 전뇌화에 익숙하다보니 육체를 지니게 된 지구에서의 활동에 불편함을 느끼고 능력은 있지만 능글맞은 성격의 딩고가 조금 껄끄러운 안젤라지만, 임무를 진행하면서 사건의 진실에 직면하고 자신이 지금까지 살고 있었던 디바 = 낙원에 대한 생각이 바뀌어가는 과정을 이 작품에서 이야기하고 있더군요.

한마디로 말해서 러닝타임 104분동안,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준 SF 명작이라고 생각합니다. 3D와 카툰 렌더링을 사용했다고 하는데 둘 사이의 이질감은 거슬릴만큼의 위화감을 보여주지 않았으며, 전뇌 공간에 대한 연출이나 아한 및 뉴 아한을 통한 메카닉 액션도 3D를 통하여 박력있고 다양한 전투신을 보여줬기에 보는 즐거움도 쏠쏠하더군요. 물론, 안젤라 특유의 복장때문에 연신 가슴이나 엉덩이(...)가 흔들리는 숨막히는 몸매도 여러모로 좋았습니다.

본편의 등장 인물들도 특성이나 포지션도 잘 살아있는데요. 처음에는 디바에서의 삶에 대한 우월감의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부감으로 가득찬 안젤라가, 지구에서의 임무 수행 과정에서 조금씩 변하면서 성장형 캐릭터로 변하는 과정 역시 볼만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츤데레스러운 성격때문에 전반부에는 딩고에게 (특히)후반부에는 프론티어 세터에게 영향을 받는 과정이 조금 옅은 부분이 없지않아 있었지만, 그래도 성장하기 전과 성장한 후의 모습은 분명하게 보여줬기에 큰 단점은 아니라고 보네요. 그리고 이와 대비해서 딩고는 진지함과 가벼움의 조화를 잘 이루며 안젤라나 프론티어 세테같은 전뇌화 한 존재나 자아가 생긴 제 3의 존재에 대해 차별없이 대하고 공감하는 모습에서 완성형 캐릭터의 멋진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줬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에서 안젤라와 딩고가 그렇게도 찾던 존재이자 키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프론티어 세터 역시,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자아를 형성하고 꾸준하게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며 안젤라와 딩고와의 만남과 교감을 통해서 한층 더 진화하는 모습 또한 여러모로 볼만하더군요. 중간의 딩고가 흥얼거리는 음악을 통해서 공감하고 사람에 따라서 충분히 비뚤어질 수 있는(?) 디바로부터의 공격받는 상황에서도 안젤라를 서포트하며, 비록 광활한 우주 탐사에서 안젤라와 딩고를 비롯해서 디바에 거주하는 단 한 사람과의 동행없이 혼자서 긴 여행을 떠나게 되는 결말에서도 아무런 불만없이 딩고가 부른 노래를 비록 음치라는게 적나라하게 드러나지만흥얼거리는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했습니다.

스토리 역시 평이했지만 전뇌화를 통해서 무한한 가능성을 주는 것 같았던 디바 역시 한계를 지니고 그러한 한계를 숨기기 위해 프론티어 세터를 말살하려는 디바의 모순이나, 우연한 기회에 지성이 생긴 기계가 자신의 목적을 관철하면서도 타인과의 교류를 통해서 바람직하게 성장하는 SF적인 요소들이 적절하게 스며들었기에 내용면에서도 만족스럽더군요. 그밖에 초반에 프론티어 세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 온라인 단말기인 아한을 박살내거나 프론티어 세터의 흔적을 추적하는 과정 역시 디테일하면서도 설득력있게 그렸는데, 굳이 아쉬운 부분을 뽑자면 지구는 작품 설정을 위한 설명 정도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는 점을 들고 싶습니다. 단역이긴 하지만 피로에 겹친 안젤라를 습격했던 불량배 패거리라는 위협적인 존재를, 이야기 후반부에 협력자나 제 3의 세력등으로 좀 더 키웠다면 좀 더 보는 재미가 커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래도 안젤라(및 디바) - 딩고 - 프론티어 세터의 이야기에 집중했고, 본편이 워낙 재미있었기에 이 정도는 그냥 만점짜리 성적을 어떻게든 깍아보려는 투정으로밖에 느껴지지 않습니다. 하하

아무튼 오랜만에 멋진 애니메이션을 봤네요. 국내에서는 DVD와 VOD밖에 나오지 않았는데, 나온 지 오래되었지지만 BD 한정판이라고 매물이 있는지 찾아봐야 겠습니다. 그리고 피그마 안젤라를 비롯해서 GSA 뉴 아한이나 PLAMAX 프론티어 세터 구입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네요.

덧글

  • 아인베르츠 2015/10/25 13:08 #

    이름에 대한 어원만 따져도 꽤 재밌죠.
    남주 별명 딩고만 해도 가축화된 개가 다시 야생에 돌아간 품종을 지칭하는거고. 본명인 자리크는 인도였나 어딘가의 신화의 노화(늙음=죽음)를 관장하는 신?의 이름이기도. 불로불사의 천사인(앤젤라) 발자크가 사신(자리크)이자 체재에 벗어난 이(딩고)를 만나 타락해 영생을 잃고 낙원으로부터 추방됬다는 디바의 견해도 딱히 틀린건 아닙니다(....)
  • 알트아이젠 2015/11/09 00:45 #

    딱 제목 그대로군요.
  • Uglycat 2015/10/25 14:46 #

    예상했던 것: 꿈도 희망도 없는 암울한 미래극
    실제로 본 것: 긍정을 담은 버디무비
  • 알트아이젠 2015/11/09 00:45 #

    그래도 잘 나왔으니 만족 중입니다.
  • 하얀귀신 2015/10/25 18:38 #

    국내에도 개봉할 뻔 했는데 당시 상영관을 못 잡아서 바로 VOD로 직행해버려 아쉬웠습니다.
    극장의 넓은 화면에서 보고 싶었는데 말이죠.
  • 알트아이젠 2015/11/09 00:40 #

    저도 VOD 직행이 아쉬웠습니다. 덕분에 이런 기회를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 나이브스 2015/10/25 19:32 #

    감독의 암울 코드를 기대했던 이들에겐 너무 밝은 이야기라 좀 그랬는지도 모르지만

    나름 SF 맥락에서 보면 참 괜찮은 컨셉의 애니였죠.
  • 알트아이젠 2015/11/09 00:40 #

    정말 잘 만들었더군요.
  • 보바도사 2015/10/25 21:27 #

    짧고 간결하게 주제의식을 보여준 괜찮은 작품이었어요.
    한국만화박물관의 명당 자리는 f-h 열의 12-18번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I열은 발 뻗기에는 좋지만 앞사람 머리 때문에... ㅎㅎ
  • 알트아이젠 2015/11/09 00:40 #

    나중에 갈 때 체크해야겠습니다.
  • 소재 2015/10/26 17:50 #

    내용도 정말 재밌었고 감동 적이기고 했고 이질감이 있을 수 있는 3D 임에도 이정도 퀄리티를 보여준게 정말 만족스러웠는데 이게 OVA같은 장편이였으면 더 좋겠네요 저번에 나온 속편 소설도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 알트아이젠 2015/11/09 00:40 #

    네, 애니메이션 한 두 편 정도 더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 2015/10/28 21:25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5/11/09 00:3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kylian 2015/11/19 23:58 # 삭제

    기대없이 봤다가 재밌게 본 작품이었습니다. ㅎ
    정말 공들인 좋은 작품 나왔는데 한국에서의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 아쉬웠습니다.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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