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트풀 8 [24] 본 영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님의 신작으로 [장고: 분노의 추적자]에 이어서 서부극인 [헤이트풀 8]을, 며칠전 일요일에 조조로 봤습니다. 사실 지난주 금요일에 본다는게 예약을 잘못해서(...) 뒤늦게 봤다고 할 수 있는데, 아무튼 이 다음부터 [헤이트풀 8]의 스포일러가 있다는 점이 있으니 이 점 염두해두세요.

폭설이 몰려올 것 같은 어느 설원에서 사형수 데이지 도머그와 그러한 사형수를 데려가는 '교수형 집행인' 존 루스를 태운 마차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존과 면식이 있는 흑인 '현상금 사냥꾼' 마르퀴스 워렌 소령과 뭔가 미덥지않은 '보안관' 크리스 매닉스를 태우면서 예정보다 일정이 지체되어 폭설을 피할 수 없기에, 근처 '미니의 잡화접'에서 묵게 되더군요. 하지만 점원을 비롯해서 이미 자리를 잡은 수상한 투숙객들 사이에서 미묘한 신경전이 흐르고, 이러한 분위기가 폭발하여 어느 한 명이 죽게되면서 미니의 잡화점은 피바다가 되면서 이 곳에 있던 사람들의 비밀이 밝혀지는게 이 영화의 줄거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먼저 단점부터 이야기하자면, 일단 주요 인물들이 미니의 잡화점에 모이기 전까지는 다소 지루하더군요. 물론 마차에 좌석이 사람들로 채워지면서 인물들 사이의 관계나 드러나고 마르퀴스가 소중하게 가지고 다니는 링컨 대통령의 편지와 같은 떡밥같은게 던져집니다만, 굳이 이걸 오랜시간 러닝타임을 잡아먹을 필요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조라서 살짝 졸은것도 없지않아 있었고.

하지만 데이지의 정체를 두고 미니의 잡화점에 모인 사람들 사이에 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마르퀴스의 도발에 걸려든 샌디가 사망을 시작으로 이야기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님 특유의 피칠갑과 폭력과 마르퀴스를 위시한 말재간이 터집니다. 사망한 아들을 묻어주기 위해서 미니의 잡화점에서 잠시 쉬고 있던 샌디가 그 아들이 마르퀴스에게 죽는것도 모잘라서 강제로 펠라치오까지 당했다는 충격적인 진실(?)을 듣고 이성을 잃은 것을 시작으로, 누군가 커피 주전자에 독을 타서 존과 오비까지 사망해서 가뜩이나 샌디의 죽음으로 일촉즉발인 상황은 전부터 이곳의 '단골손님'인 마르퀴스의 무력과 말빨과 추리력앞에 잠시나마 진정이 되더군요. 하지만 거기서 끝나는게 아니라 데이지를 구하기 위해서 점원이나 손님으로 가장한 패거리 정체가 밝혀지고 이러한 데이지 구출 작전의 일환으로 따로 숨어있었던 상하이 조인물의 난입으로 한층 더 무대는 피범벅이 되더니, 나중에 가서는 너도 죽고 나도 죽는 시원한 결말을 전반부의 다소 지루한 부분이 무색하게 숨가쁘게 넘어갑니다. 지루하게나마 조금씩 - 그리고 여러번 보여줬던 인물 간의 관계나 떡밥 등이 제대로 풀리고, 여기에 감독님이 선호하는 과도할 정도의 피와 육편에 심영(?)이나 펠라치오같은 충격적인 장면들과 그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다해도 다소 위험할 수 있는 인종 & 여성에 대한 차별에 중간중간 개그요소까지 양념을 적절하게 치더군요. 뭐...결말부의 심영(...)이 된 마르퀴스와 허벅지 관통상으로 출혈이 큰 크리스의 생사여부를 비롯해서 마르퀴스가 지닌 편지의 진실여부나 진짜 펠라치오를 했는지나 크리스가 진짜 보안관인지에 대한 떡밥이 속시원하게 풀린건 아니지만, 영화를 보면 얼추 예상할 수 있었고 어느정도 열린 결말로 놔둬도 큰 지장은 없었습니다.

등장 인물 중 쿠엔틴 감독님의 페르소나이자 가장 비중이 높았던 마르퀴스 역의 사무엘 L. 잭슨님을 비롯해서, 본편에서 등장하는 등장인물 누구 하나 존재감이 죽지 않을 정도로 적절하게 비중을 차지했고, 전반부의 설원을 제외하면 미니의 잡화점에서 모든 사건들이 벌어져서 그런지 한 편의 긴 연극을 보는 느낌이더군요. 아무튼 전반부 템포만 조절하거나 그만큼 러닝타임을 조절했으면 더욱 좋았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들지만, 그래도 중반부부터 눈폭풍처럼 몰아붙이는 감독님 특유의 센스가 여전하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덧글

  • 니킬 2016/01/14 23:06 #

    마르퀴스가 당한 다음 침대에 누운 모습을 보니 바로 '아니 의사양반~'하는 짤방이 떠오르더군요.(....)
    안 그래도 극 중 상황이 점점 광기를 향해가는 판인데 그 짤방이 떠올라서 웃음이 자꾸 나오려는걸 참느라 힘들었습니다.;;;;
  • 알트아이젠 2016/01/14 23:08 #

    전 '백병원' 생각나더군요.
  • 腦博士™ 2016/01/15 00:29 #

    가랭이에 총맞는 순간 제가 다 움찔~
  • 알트아이젠 2016/02/03 22:10 #

    저만 그런게 아니군요.
  • Uglycat 2016/01/15 02:34 #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 배경을 서부로 옮긴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건 그렇고 마르퀴스가 당한 걸 보면서 저 역시 심영을 떠올렸지요(...)
  • 알트아이젠 2016/02/03 22:10 #

    역시 내가 고자라니의 위력은 대단합니다.
  • 나이브스 2016/01/15 09:15 #

    요즘 들어 쿠엔틴 감독은 점점 과거 소재 이야기를 많이 만들기 시작하는 듯...
  • 알트아이젠 2016/02/03 22:11 #

    일단 [장고: 분노의 추격자]에 이어서 서부극이네요. 내용은 초창기 감독님 작품과 비슷하다고 합니다만.
  • 정의건담 2016/01/15 19:43 # 삭제

    그러고보니 사무엘 L 잭슨 님. 장고에서도 제이미 폭스에게 고자샷 맞지 않았나요?
  • 알트아이젠 2016/02/03 22:11 #

    엇, 이건 본 지 오래되어서 확인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 괴인 怪人 2016/01/17 10:06 #

    전 이걸 보면서 사무엘 L 잭슨 님이 시빌 워 때 닉 퓨리 역 연습도 겸하나 싶을 정도로

    대사들이 너무 찰져서 재미있게 봤네요
  • 알트아이젠 2016/02/03 22:11 #

    정말 입과 귀에 착착 붙는 입담이 장난아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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