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토피아 [14] 짧은 애니메이션

얼마전부터 [트위터]에서 [주토피아]와 관련된 이미지들과 극찬이 쏟아졌고, 실제로 개봉 초기에는 별다른 반향이 없다가 오히려 시간이 흐르면서 좋은 평가와 더불어 흥행이 좋아지는 현상까지 일어났는데요. 요 몇년동안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나올때마다 챙겨보다가 이번에는 깜빡 넘어갈 뻔했지만, 이정도까지 이야기가 나왔다면 그냥 넘어갈 수 없어서 며칠전에 보고 왔습니다. 과연 그러한 이야기가 나올법할만큼, 만족스러운 작품이더군요. 아무튼 이 다음부터 [주토피아]의 스포일러를 곁들이면서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본편의 세계관은 육식동물이 초식동물을 잡아먹는 살벌한 야생의 세계는 끝났고, 서로 공존하면서 지내게 되는데요. 주인공 주디 홉스는 연약한 토끼지만 경찰관을 꿈꾸며 살아가고, 신체적 능력에서 열세임에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근성과 노력으로 경찰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수석의 특혜로 대도시 '주토피아'의 경찰서에 근무하게 됩니다. 큰 꿈을 품고 주토피아의 경찰서로 발령난 주디지만, 서장인 보고는 그러한 주디를 홀대하고 주차단속요원같은 한직으로 배정하는데요. 우연한 기회에 사기꾼 닉 와일드와 만나게 되고 주차단속과 같은 사소한 일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의 큰 연쇄유괘사건을 담당하게 되면서, 주디와 홉스라는 요철 콤비의 주토피아를 동분서주하면서 진실을 밝혀나가는 사건을 그린게 이 작품의 줄거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작품에서 핵심이라면 토끼인 주디와 닉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주디는 전반부에는 자신의 신체적인 한계를 극복하여 경찰이 되고, 주토피아 안에 공공연하게 암약하는 차별이라는 방해 속에서도 자신의 꿈까지 걸면서까지 당당하게 사건을 추적하는 근성을 보입니다. 그러한 주디에게 닉은 처음에는 빈정거리고 현실을 깨우치라고 말하지만, 점점 주디에게 감화되어 은연중에 주디를 돕고 멋진 콤비로 활약하는 과정을 디즈니의 정점에 달한 3D 기술로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하면서 재미있게 보여주더군요. 그리고 중반부에 생각보다 사건이 빨리 해결되어서 금방 이야기가 끝나는가 싶었더니, 주디는 본의 아니게 닉을 완전하게 믿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두 콤비는 와해되고 주토피아의 소수 육식동물들이 다수의 초식동물들에게 차별을 당하는 최악의 상황을 일으키는 반전으로 이야기의 새로운 국면을 만들어서 이야기에 한층 더 몰입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주디는 깊은 회의에 빠져서 그토록 꿈꾸었던 경찰이라는 자리까지 포기하면서 고향으로 돌아가지만, 사건의 새로운 단서를 알게되고 그와 동시에 자신이 닉에게 가졌던 감정이나 선입관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면서 두 동물은 다시 콤비를 결성하고 사건의 흑막을 멋지게 골탕먹이면서 주토피아의 평화까지 찾는 왕도적인 전개역시 재미있게 그렸더군요. 차별의 피해자와 (의도한건 아니지만)역차별의 가해자가 되었음에도 이를 극복하는 주디와, 과거의 트라우마로 인하여 차별과 역차별의 방관자였지만 주디의 모습에 능동적인 모습으로 변하는 닉이라는 두 콤비를 매력적으로 그린게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두 콤비와 어느정도 대비되는 빌런 역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는데요. 페이크 보스라고해도 자신의 지지를 위해서 주토피아의 연쇄유괴사건을 은폐하려고 한 (사자)리어도어 라이언하트 시장은 전형적인 자신의 보신을 위한 소인배라면, 이러한 시장의 밑에서 놀림받는 홀대받던 (양)돈 벨웨더 보좌관은 주토피아의 연쇄납치사건을 주도하면서 소수의 육식동물을 포악하게 만들어 주토피아 내의 공포를 조성하고 그로 말미암아 다수의 초식동물들을 선동하는 주도면밀한 모습을 보여준 치밀한 흑막이자 최종보스다운 위엄을 선보입니다. 특히 이러한 사건을 효과적으로 조율하기 위해서 주디와 닉을 은연중에 도와주면서도 이용까지하는 모습은 여러모로 대단한데, 다행히도 이러한 치밀한 모습과는 별개로 너무나도 자만했는지 주디와 닉 콤비의 속임수에 쉽게 넘어갔기에 시시한 최후라기보다는 안도의 한숨을 쉴 정도더군요. 어떻게 보자면 공포로 다수를 조종하고 그로 말미암아 소수를 압박하는 모습이, 현실의 높으신 분을 행보와 비슷해서 말입니다. 솔직히 저는 주디와 닉이 서로 짜고 연극하는게 아니라 어느 한쪽이 죽는건가 싶을 정도로 긴장했고, 이대로 배드엔딩으로 가는건가하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그만큼 이야기도 긴장감있게 흘러갔다는 볼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부분을 시원하게 극복하는 부분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에도 부족함이 없었고요.

이외에도 주인공과 빌런 말고도 조연들과 단역들도 버릴 게 없었는데요. 처음에는 주디를 홀대하는 물소 보고였지만 주디의 활약을 인정하면서 그 역시 서서히 주디를 인정하기 시작하는 모습을 비롯해서, 육식동물이지만 상냥하게 경찰서 프론트에서 안내를 맡은 뚱보 치타 벤저민 클로하우저의 파란만장한(?) 근무담이나 느려터진 행동으로 보는내내 답답했지만 본편 마지막에 엄청난 반전으로 큰 충격을 준 나무늘보 플래시에 이 작품의 주제가를 부르며 주토피아의 아이돌인 가젤 등, 본편에서 등장하는 수많은 동물들이 이야기적인 면에서나 비주얼적인 면에서나 차별없이 균형있게 활약을 하는 모습 역시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연쇄납치사건과 중요한 관련이 있는 '밤의 울음꾼'으로 인하여 흉폭화한 육식동물들의 실감나는 야성적인 움직임이나, 본편에서 대표적인 비주얼을 담당하는 가젤의 백댄서 호랑이의 숨막히는 댄스 등은 여러모로 눈을 즐겁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더군요.

결론적으로 정말 재미있게 봤고 국내에서 '이 정도의 작품을 이따위로 홍보를 소홀하게 했냐?'는 아쉬움이 들 정도로, 더욱 적극적으로 홍보했으면 천만까지는 무리라해도 더욱 많은 분이 보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로 좋은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기회가 닫는다면 더빙판까지 보고 싶을 정도네요. 끝으로 극중에서 가젤이 부른 'Try Everything'은 이 작품의 주제와 주디 & 닉의 모습을 함축적으로 담았는데, 노래가 좋다는것은 말할 것도 없고 노래 선정도 탁월했다고 봅니다.

덧글

  • 무지개빛 미카 2016/03/22 00:07 #

    닉이라는 이름과 48시간이란 시간재한..... 이 정도면 사실 디즈니에서 과거 영화 48시간의 주역인 닉 놀태와 에디 머피를 아무 동물캐릭이라도 하나 주어 목소리 출연을 시켜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 알트아이젠 2016/03/24 17:08 #

    오, 그런 부분이 있군요.
  • Uglycat 2016/03/22 00:21 #

    '차별과 편견의 극복'이라는 심오한 주제를 다루는 모범사례라고 감히 평하는 바입니다...
  • 알트아이젠 2016/03/24 17:08 #

    [인사이드 아웃]에 이어서, 2연속으로 성인들도 깊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성공적으로 표현했더군요.
  • 나이브스 2016/03/22 01:33 #

    요즘 들어 우리나라 내에선 외화에 대한 차별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 알트아이젠 2016/03/24 17:09 #

    그런데 이건 차별 이전에 홍보 자체를 대충 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서요. 입소문이 없었으면 그냥 묻히는게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아니, 제대로 홍보했다면 [겨울왕국]에 준하는 흥행을 하지 않았을까하는 예상도 감히 해 볼 정도라서요.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2011 이글루스 TOP 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