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 [24] 본 영화

사실 개봉 전부터 이런저런 안좋은 이야기가 많았고 실제로 개봉한 이후에도 혹평이 적지 않았는데, 그래도 호기심으로 아이맥스 3D를 통해서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을 보기로 했죠. 이 다음부터는 늘 그랬던 것처럼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과 극장판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모종의 사건으로 부모와 원래의 몸을 잃고 '의체'를 이식받게 된 미라 킬리언은, 1년뒤에 '섹션 9'에 소속되어 각종 특수 임무를 맡게 되더군요. 어느날 미라의 의체를 제공하는 거대 기업 '한카 로보틱스'의 임원들이 살해당한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쿠제라고 불리는 수수께끼의 인물을 추격하고 그러면서 진실이 밝혀지게 되는 과정을 그린게 이번 영화의 스토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은 그 옛날 오시이 마모루 감독님의 극장판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을 중심으로, 여러 영상매체의 공각기동대의 여러 장면들을 오마쥬한게 눈에 띄더군요. 일단 프롤로그의 미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시작으로 복장이 TV 애니메이션판 1기와 2기에서 입었던 기묘한 수영복(...)을 제외하면 애니메이션에서 등장했던 복장을 대부분 소화하며, 과거 극장판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줬던 낡은 건물들을 올려보는 구도나 잠수 신이며 바토가 개를 좋아한다거나 토구사가 리볼버를 주로 쓰거나 중반부의 웅덩이(?)에서 전투신이나 마지막의 스파이더 전차와의 결투도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그것이 생각날 정도였습니다. 그밖에 쿠제나 위에서 언급한 '한카 로보틱스'등, 이전의 공각기동대 관련 영상매체를 보셨다면 눈여겨 볼만한 부분들이 상당히 많더군요. 그야말로 감독님이 영화로 동인활동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말입니다.

그런데 일부 오마쥬는 그냥 장면만 채용하는 정도에 채용 타이밍도 영 안 좋은게 아쉽더군요. 이를테면 잠수신의 경우에는 미라가 이 영화의 흑막이라고 할 수 있는 한카 로보틱스로부터 추격을 당하게 된 상황에서 나오는데, 그런 긴박한 처지에 도시의 해변가에 배를 홀로 띄어두고 느긋하게 잠수를 즐기는 장면이 조금 벙쪘습니다. 여기에 그냥 오마쥬를 한 게 아니라 살짝 번영해서 채용한것도 영 좋지 않은 게 있다면, 마지막에 한카 로보틱스 소속의 헬게에게 저격당할 위기에 처한 미라를 구해주는게 원작격인 극장판 애니메이션에서 바토가 아니라 지금까지 등장이 없다가 갑툭튀한 사이토로 바뀌어서 바토의 비중이 팍 줄어들기도 하더군요.

그리고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애정도에 따라서 호불호가 극명하게 바뀔 부분인데, 자신의 정체성과 그에 걸맞는 결말을 보여준 극장판 애니메이션과는 다르게 이 영화의 후반부 전개와 결말은 '쿠제는 알고보니 불쌍한 놈'이고 '진짜 흑막인 한카 로보틱스를 때려잡아 정의구현'이라는 지극히 평범한 블록버스터 영화의 공식을 따랐다는 점입니다.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본 지 워낙 오래되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전뇌와 의체가 일반화된 사회에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그러한 고민의 실마리를 풀어서 나름의 해답 - 인형사와 융합하여 의체를 뛰어넘어 네트워크라는 더 넓고 새로운 세계에서 생활을 냈던걸로 기억하는데요. 여기서는 그런 고민이 자신의 과거에 집중했다고 봅니다. 어쩌면 한 편의 영화에서 하나의 이야기를 끝내기 위해서 이야기의 규모를 축소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어쩌면 극장판 애니메이션보다 이야기나 주제가 지극히 단순화되었지만, 그래도 저는 이번 영화의 이야기나 주제도 마냥 나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다시 보고 그에 따라 비교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요.

그래도 후반부 오리지날 전개에서 상당히 괜찮았던 부분이라면 미라의 정체인데, 사실은 반 사이보그 성향을 지닌 가출 일본인 쿠사나기 모토코(다만, 명칭 표기는 영어식으로 했더군요.)가 한카 로보틱스에 의해 납치되어, 가짜 기억을 받은 미라가 되었다가 그동안 이 영화에서 잊혀졌던 쿠사나기 모토코를 상기시키고 영화를 비롯한 원작의 설정을 잘 이용했다고 봅니다. 여기에 쿠제 - 본명은 히데오는 같은 성향의 가출 청소년이었다가 납치되어 먼저 의체 실험을 받았지만 실패작이 되었다는 전개도 꽤나 그럴듯하더군요. 여기서 좀 더 앞서 나갔다면 복수귀가 된 쿠제와 그것을 막을려고 하면서도 어느정도 처지에 공감가는 모토코의 대비를 좀 더 살렸어도 좋았을텐데, 아쉽게도 영화는 흑막의 공개와 더불어 쿠제를 바로 '이 녀석도 알고보니 불쌍한 녀석' 테크트리를 탑니다. 어째 이게 위에서 언급한 극장판 애니메이션 오마쥬와 맞물려서, 더욱 볼품이 없더군요.

아무튼 영화 내적인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이 정도로 해두고, 외적인 부분은 제법 그럴듯하게 재현한건 볼만했습니다. 액션신은 슬로우신을 남발하고 다소 평범했지만 그래도 못볼 정도는 아니었고, 스칼렛 요한슨님이 연기한 미라 = 모토코도 이정도면 충분히 합격점을 줄만하다고 보네요. 바토의 경우에는 본편 초반에 맨눈으로 나올때가 좀 더 자연스러웠고 미라와의 파트너 관계가 약간 옅은게 아쉽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싱크로율로 넘어갈만하고, 토구사는 단역보다 조금 더 나은 조연 A급이지만 그의 상징인 리볼버 정도는 잊지 않고 챙겨준게 나쁘진 않았습니다. 의외로 기타도 다케시님이 연기한 아라마키 다이스케가 좋은 의미로 묘한 캐릭터인데, 분명히 외형 싱크로율은 동양인이라는걸 제외하면 애니메이션과 그다지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일본어로 이야기하고 막판에 액션신까지 보여줄 정도로 눈에 각인을 시키더군요. 배우 분이 영어를 못해서 배려를 한건가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아무튼 꽤나 기묘했습니다. 특유의 대사 "고노야로."만 있었으면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지만요.

아무튼 소위 말하는 '닦이'류 영화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가장 많이 오마쥬한 극장 애니메이션이나 그밖의 공각기동대 영상 매체와 비교를 한다면 미묘하게 보이는 것도 사실이고, 그걸 생각하지 않더라도 잘 만든 영화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돈 많이 들어간 오피셜 동인물이라는 느낌이 더군요. 하지만 새로운 공각기동대 영상매체를 그냥 넘기기에도 아깝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참에 다시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보거나 얼마전에 다시 정발된 원작 만화를 보는 것도 더 좋을 것 같고요.

덧글

  • Uglycat 2017/04/03 16:00 #

    전 오늘 보았는데요...
    비주얼은 괴상한 게 아닌 화려한 모습으로 나와 좋았지만, 내용은 너무 안전한 루트로 간 데다 갈수록 허술해져서 아쉬웠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 날림 2017/04/04 00:10 #

    으음...역시 이번의 애니 실사화도 그닥 결과는 좋지 않았나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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